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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軍 격리 장병 처우 논란의 이면 '국방 문민화'

김관용 기자I 2021.05.11 05:30:0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 당국이 상식 이하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뭇매를 맞았다. 장병들의 ‘제보’로 휴가 복귀 병사들의 격리 시설과 급식 관련 실태가 알려지면서 국방부 장관은 거듭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방부는 지난 7일 종합대책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일선 부대들은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국방부 차원에서 전군에 격리 시설 지원을 지시해 각급 부대와 제대간 협업이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한 야전부대 장교는 “국방부 차원에서 정리해 줘서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했다.

사실 소규모 부대나 대대 및 여단급 부대들도 인근 부대 시설 이용이 쉽지 않다. 민간 시설 이용을 부탁하기는 더더욱 그렇다. 사단급 역시 민간 시설 이용을 위해서는 비용을 내야하는데 예산 끌어오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급식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일반 장병들의 1인당 하루 급식 예산은 8790원이다. 한 끼당 2930원 꼴이다. 초등학생 한 끼 급식 비용인 3768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각 부대는 인원수를 산정해 단체 배식을 한다. 일반 장병들이 가져가고 남은 음식을 격리 장병들에게 제공하다 보니 부실한 식사가 제공될 수밖에 없었다. 예산과 시스템의 문제였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이를 현장 지휘관 탓으로 돌렸다. 서욱 장관 역시 “장병들의 생활 여건 보장은 지휘관들이 책임져야 하는 가장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 질타가 있고 나서야 뒤늦게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 반찬 10~20g 추가 배식이었다. 이는 딸기 한 알 밖에 안되는 중량이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정문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이같은 책임 떠넘기기와 탁상행정의 배경을 국방부 문민화에서 찾는다. 군의 정책을 총괄하고 예산을 쥐고 있는 국방부가 민간 공무원들로 채워지다 보니 현장을 모른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여력이 전혀 안되는데도, “장병에 대한 급식 여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격리 시설도 부대별 여건에 따라 최우선적으로 조치하라”는 지침만 내릴 뿐이다.

열악한 휴가 복귀 격리자 처우 논란의 후속 조치로 내놓은 중·소대 단위별 ‘단체휴가’도 그렇다. 취지는 휴가 복귀 병사들이 자신들의 생활관을 격리시설로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대나 중대가 단체로 휴가를 나갈 수 있는 부대는 몇 되지 않는다. 그렇게 휴가를 나갈 경우 일선 부대 업무는 마비된다. 복귀 후 2주간 격리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이지 않은 대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휴가 인원을 소대급이나 중대급으로 맞춰 산정하고, 출타 인원 만큼의 생활관을 지정해 격리 시설로 활용한다는 것도 예하 부대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경계 근무 조차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장 부대의 상황을 감안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공군이나 해군의 경우 소대나 중대 단위 개념도 사실상 없다. 방공기지나 감시대 등 소규모 부대의 경우 국방부가 정한 휴가자율 35%는 상상할 수 없는 수치다.

격리장병 생활개선 관련 대책 발표 당시 국방부 주무 실장은 육군 전방 GOP나 GP의 급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아느냐는 기자 질의에 답을 하지 못했다. 담당 실무자 역시 확인하고 알려 주겠다고 했다. 결국 현실을 모르고서 대책을 내놨다는 얘기다. 이게 현재 국방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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