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왓쳐' 박주희 "'리틀 도치광', 애드립으로 탄생"(인터뷰 ①)

김보영 기자I 2019.08.31 08:00:26

박주희 왓쳐 종영소감 인터뷰
"조수연 경장, 연기 활동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
"남자친구 정체 몰랐다…대본 전까지 비밀"

배우 박주희가 29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를 연기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고 하루하루가 신나요.”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에서 일순간 힘이 느껴졌다. 배우 박주희(32)는 시종일관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가도 시청자와 연기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할 땐 금세 진지한 눈빛으로 돌변하곤 했다. OCN ‘왓쳐’가 종영한 지 일주일이나 흘렀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촬영 현장의 추억을 떠나보내기 아쉽다는 그였다.

◇욕심 나는 캐릭터…연기 인생 마지막 기회라 생각

지난 25일 종영한 OCN 드라마 ‘왓쳐’는 비극적 사건으로 삶이 무너진 세 남녀가 15년 만에 만나 경찰 내부 비리조사팀을 결성, 비극의 진실을 파헤치고 경찰 권력의 실체를 마주하는 심리스릴러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서스펜스와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의 연기가 호평을 얻었다. 마지막 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시청률이 6.6%, 최고 7.3%로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경신하며 막을 내렸다. OCN 오리지널 작품 중 최고 시청률이자 역대 OCN 오리지널 최고시청률 기준 2위에 랭크되는 수치다.

박주희가 연기한 조수연 경장은 과학수사팀에서 일하다 저지른 실수로 트라우마를 얻은 뒤 세양지방경찰청 감찰반으로 파견돼 주인공 도치광 팀장(한석규)과 일하고 사건을 지켜보며 선과 악의 경계를 고민하는 인물이다.

박주희는 그간 ‘어떤 시선’, ‘자전거 도둑’ 등 독립 영화에서 주로 활동했던 배우다. 이후 ‘내일 그대와’, ‘황금빛 내 인생’, ‘오늘의 탐정’ 등 드라마에서 굵직한 조연을 맡아왔지만 연기 활동에 대한 고민이 늘 많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작품 왓쳐는 다른 작품과는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며 “이 역할마저 잘 해내지 못하면 연기 일을 계속 해야할지를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박했다. 그만큼 저와 잘 맞는 캐릭터라 생각했고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같은 소속사 선배인 한석규와 함께 호흡하는 것도 영광이지만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터. 박주희는 “같은 회사 선배였지만 실제로 뵌 것 전체 대본 리딩 때가 처음”이라며 “부담이 엄청났다. 제가 못하면 선배님까지 함께 안 좋은 소리를 듣지 않을까 걱정됐고 폐가 되고 싶지 않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간 여러 역할을 연기한 그지만 조수연 경장의 나이와 자신의 실제 나이, 성격과 닮은 점이 많아 더 애정과 욕심이 났다고 했다. 이는 특히 대본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배려한 안길호 감독과 한상훈 작가의 덕이 컸다. 박주희는 “대사의 중요한 부분만 어기거나 빼먹지 않으면 되니 대사 자체에 구애받지 말고 자유로이 내려놓은 채 연기를 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며 “이에 제가 가진 특유의 밝은 성격이 조수연 캐릭터와 적절히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OCN ‘왓쳐’ 조수연 경장(박주희)이 도치광 팀장(한석규)의 언행을 따라해 폭소를 자아낸 장면. (사진=OCN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애드립으로 탄생한 ‘리틀 도치광’

조수연이 비리수사팀에서 도치광에게 일을 배우며 그가 내뱉는 모든 말과 행동까지 따라하는 장면들은 ‘왓쳐’ 애청자들이 빠지지 않고 꼽는 극의 관전 포인트다. 이같은 장면들만 따로 모은 클립 영상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리틀 도치광’, ‘습득왕’, ‘병아리’란 별명도 덤으로 얻었다.

“‘인간은 섬이야’란 도치광의 어록을 따라하는 대목이 대본에 있는 것을 보고 착안한 유머 포인트였어요. 그 뒤 도치광 처럼 껌을 씹으며 홍재식(정도원)을 취조하거나 오징어 다리 하나도 도치광을 흉내내며 먹는 등 애드립을 시도했죠. 감독님의 허락을 맡기 전 홍재식과 합을 먼저 맞춰 준비를 한 뒤 제안을 했더니 감독님도 좋아하셨어요. 소소한 재미로 살려낸 장면이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줄 몰랐어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누군가와 직접 맞서 이야기하고 대립하는 장면들이 많던 다른 캐릭터와 달리 조수연은 무전기를 든 채 조사실에 남아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고, 전화를 걸고, 자료를 뒤지는 등 혼자 연기하는 장면들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박주희는 “실제 상대방이 무전을 치며 대사를 말해주는 게 아니니까 실감나게 연기하는 게 어려웠고 외로웠다”며 “한 번은 그렇게 혼자 비리수사팀원들과 무전을 하며 수사 공조를 하는 장면들만 하루에 몰아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멘붕이 왔었다. 그래도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금방 적응했다”고 털어놨다.

조수연의 휴대전화로 수시 연락이 오던 ‘남자친구’의 정체가 염동숙(김수진) 세양지방경찰청 청장이었다는 대목은 모든 시청자들에게 반전을 안겼다. 박주희는 “전혀 몰랐다. 그 회 대본이 나오고서야 알았다”며 “모든 것이 대본이 나오기 전 철저히 비밀로 지켜저서 모든 배우들이 정체를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아쉬움은 없을까. 박주희는 “수연이란 인물이 밝고 어리바리한 성격 이면에 트라우마도 있고, 비밀을 가지고 있는 다면적인 인물이다 보니 극 초반부에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잡아나가야 할 지 막막했었다”며 “그 때 너무 헤맨 티가 나서 지금도 초반 에피소드는 모니터링도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어떤 도전을 꿈꾸고 있을까.

“제 성격이 드러날 수 있는 밝고 건강한 재미를 주는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그간 나이가 많고 도도한 역할들을 주로 맡아왔었거든요. 특히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제 또래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요. 이 작품으로 연기의 즐거움을 알았으니 빨리 다시 뭔가를 시작해보고 싶어요.”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