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워도‥文·아베 만나야 해법 나온다

김정민 기자I 2019.07.09 00:44:10

[데스크 제언] 한·일관계 갈등 어떻게 풀까
외교·안보 라인 전면 경질해야
상황 복잡, 실무협상으로는 못 풀어
관계 개선 위한 정상회담 절실
靑 어려우면 총리·국회가 나서야
정상화되면 철저한 복기 과정 필요
상황 악화 방치한 외교라인 점검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오사카 G20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부장]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일 관계가 얼마나 꼬여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베베 꼬인 한·일 관계를 풀지 않는 한 보복 성격이 농후한 수출 규제를 단박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혹은 소재 국산화 등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국익 차원에서 일본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달 동아시아연구원·겐론NPO가 한·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20.0%까지 떨어졌다.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같은 반한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엔 일본인들의 분노를 부추기기 위해 북한을 끌어들이기까지 하고 있다. 한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면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일본인들에게 북한은 자국민을 납치하고 미사일을 쏴대는 깡패국가다.

아베 총리가 ‘한국 때리기’를 지지율 견인용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초 지지율이 하락하자 위안부 소녀상을 공격했고, 독도문제를 국내 정치에 끌어들여 활용했다.

어쩌면 아베 총리가 기대하는 건 한국인의 감정 폭발일 수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일본여행을 막고, 일본인 연예인을 방송에서 퇴출시켜 반한감정에 기름을 부어준다면 참의원 선거 압승은 따놓은 당상이다. 한·일 갈등 격화는 아베 총리가 원하는 선거 필승 전략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불통과 억지로 이득을 보려는 이들에게 내놓아야 할 카드는 소통과 설득이다.

상호인식조사에서 한국인 중 84.4%, 일본인의 50.9%가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 대부분은 한·일 양국이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요구하고 대화해야 한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이낙연 국무총리 등 일본통을 앞세워 일본을 다독여야 한다. 국회도 거들어야 한다. 한일의원연맹이 만들어진 게 1972년이다. 그동안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강제 징용 배상 문제도 대승적 차원의 해법을 내놔야 한다. 실무협상만으론 지금의 꼬인 상황을 풀기 어렵다.

상황이 정리되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외교라인에는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까지 외교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이유로, 남북관계가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이유로 무능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국가의 기강이 선다. 가까운 일본과 갈등을 이어가면서 얻을 이익은 무엇 하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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