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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바이오텍 감사 '연장전'에…속타는 6만 소액주주들

김대웅 기자I 2019.04.03 05:10:00

사업보고서 제출, 1일 마감됐지만 5개社 사전신고로 일주일 연장
시총 1兆에 소액주주 6만명인 차바이오텍 포함
회사측 "계열사 연결대상 변경으로 물리적 시간 필요"
"1년전 트라우마도 있는데.." 주주들 노심초사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지난 1일부로 국내 상장사들의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 시한이 지났다. 깐깐해진 회계감사로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상장사들이 크게 늘면서 ‘감사 대란’이 휘몰아친 뒤다. 하지만 사전 신고를 통해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연장한 곳도 있어 해당 기업들의 주주는 여전히 애를 태우고 있다. 이들에게는 ‘운명의 날’이 일주일 뒤로 늦춰졌다.

◇ 사업보고서 연장 5개社, 오는 8일이 D-DAY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차바이오텍(085660) 경창산업(024910) MP그룹(065150) KJ프리텍(083470) 에이앤티앤(050320) 등 5개사는 사전 신고를 통해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1일에서 8일로 늦췄다. 공식 마감일인 1일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즉시 관리종목 지정과 함께 거래가 정지되지만, 거래소 규정상 사업보고서 제출 연장을 사전에 신고할 경우 5영업일까지 연장이 가능해진다. 당초 기한연장 공시를 한 곳이 7곳이었으나 이 중 2곳은 사업보고서를 냈다. 나머지 5곳은 오는 8일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이날까지 제출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그로부터 10일 이내에도 제출이 안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지난해의 경우 사업보고서 제출 연장을 사전 신고한 기업은 제이스테판(096690) 마제스타(035480) 레이젠 등 총 3곳이었다. 이 가운데 레이젠은 끝내 상장폐지됐고 마제스타는 여전히 거래 정지 상태에 있다. 제이스테판만이 우여곡절 끝에 기사 회생해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법인들이 외부감사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자료 요구가 있을 경우에도 사업보고서 제출을 연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사전에 연장 신청을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특별한 제재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전 신고로 제출 기한을 미룬 5개 기업 가운데 MP그룹 KJ프리텍 에이앤티앤은 오랜 기간 거래 정지 상태를 이어가고 있고, 자동차 부품업체인 경창산업은 사업보고서 제출이 계속해서 지연되자 주가가 뚝 떨어졌다. 지난달 초 1600원을 넘나들던 주가가 현재는 1300원대까지 떨어진 것.

◇ 6만 주주 지닌 차바이오텍의 운명은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은 단연 차바이오텍이다. 시가총액(1조1000억원)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한때 줄기세포 대장주로 불리며 최근까지도 시장에서 높은 주목을 받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의 수는 무려 5만9372명(지난해 4월17일 기준)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회사 측도 비상이 걸렸다. 차바이오텍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재무상태표를 공개하고 대표이사가 나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입장문을 냈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R&D 역량 강화를 통해 세포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며 “조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사업보고서 지연과 관련해 차바이오텍 측은 연결 대상 계열사의 재무제표를 재작성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계열사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에서 운영 중인 투자조합이 지분법 대상에서 연결대상으로 변경되면서 전기 재무제표까지 다시 작성하게 돼 물리적인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를 성실히 진행하고 있고 가능한 조속하게 보고서를 제출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관리종목 지정으로 인해 지정감사를 받게 되면서 회계법인이 삼정KPMG에서 딜로이트안진으로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관리종목 지정 이력이 있는데다 지정감사다보니 아무래도 장부를 보다 깐깐하게 들여다보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만명에 달하는 주주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더구나 차바이오텍은 1년전 이맘때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해 주주들에게 아픈 상처를 남긴 바 있다. 당시 ‘한정’을 받은 이유는 23억원의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회사 측과 회계법인 측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또 지난달 정정공시를 통해 지난해 영업손익을 흑자에서 적자로 수정 발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객의 포트폴리오에 큰 비중으로 차바이오텍을 담고 있다는 한 증권사 직원은 “회사 측에서는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회계감사가 강화되면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사업보고서가 제출되기만을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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