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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접어야 하는 예산사업들

조용석 기자I 2023.08.07 06:25:00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예산철이다. 많은 공무원이 사업 필요성을 기재부 예산실에 설명하느라 바쁠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은 예산확보를 목표로 할 뿐, 사업효과에는 관심이 적다. 효과는 그 자리를 떠난 후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과를 경시하면 예산은 낭비된다. 그만 두어야 할 사업을 유형별로 소개한다.

수요를 묻지 않는 사업이다. 행정안전부의 지역기업혁신 사업이 예다. 올해 16곳이 선정되었는데 그 중 괴산에는 한지 대량생산 공장을 세운다. 그러나 중국 선지의 저가공세로 기존 한지 업체의 가동률은 매우 낮은 상태다. 정부가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시설투자하면 시설이 놀게 된다. 국토부의 투자선도지구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수요측면은 평가기준의 10%에 불과하다. 과잉투자가 유력하다.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일엔 예산을 쓸 필요가 없다. 문화부의 지역관광추진조직(DMO) 지원이 예다. 관광객이 늘면 그 혜택은 해당 시군에 귀속된다. 관광촉진에 효과적이라면 지방이 알아서 DMO를 설립할 것이다. 문화부가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 보건복지부의 민간형 노인 일자리 사업도 그 예다. 민간형 일자리 사업에 예산을 투입해선 안 된다. 그러자면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선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형 일자리는 시장에 맡기고 공익형 일자리에 집중해야 한다.

정책목표 자체가 의문인 사업도 있다. 중기부의 지역중소기업 위기지원센터가 예다. 이미 과도한 보조금이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것이 현실인데 ‘위기지역’을 명분으로 좀비기업이 더 늘지 않을까 걱정이다. 중소기업 밀집지역은 전국에 총 2185개로서 지역당 기업 수가 60개에 불과하다. 굳이 위기 지역을 지정할 것이 아니라 기업별로 지원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더구나 정부가 이 사업을 위해 전국에 17개 조직을 만들 필요는 없다.

오남용 소지가 큰 사업도 많다. 해양수산부의 어선임대사업이 예이다. 정부는 청년을 대상으로 어선 임차료의 50%를 지원한다. 그러면 50% 가격으로 임대를 받아 이를 더 비싸게 재임대하는 행태가 발생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은둔형 청소년 현금 지원도 마찬가지다. 보호자가 신청하고 청소년복지심의위가 심의하는데, 가족의 증언이 핵심이므로 오남용 소지가 크다.

부처의 정책고객만 배려하다 더 큰 가치를 훼손하는 사업도 있다. 중기부의 폐업 소상공인 취업알선이 그 예다. 기업이 굳이 폐업 소상공인만 뽑고 싶진 않을 것이다. 이 사업은 중기부가 기업을 무언으로 압박하여 자신의 정책고객에게 ‘중기부 찬스’를 제공한 불공정 사례이다. 일반 취업준비생의 도전 기회를 빼앗은 것이다. 이런 식이면 국방부는 기업이 퇴역군인만을 받도록, 문화부는 문화체육인만을 받도록 기업의 ‘협조’를 구하려 할 것이다. 할랄 한우 수출지원 사업도 그런 예다. 축산업은 부정적 외부효과가 크다. 축산분뇨, 가축 전염병, 도축장 주변 피해 등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수출은 민간의 자율이나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것은 환경을 포함한 국익관점에선 의문이다.

사업이 정책목표와 관련성이 적은 사업도 많다. 국토부의 강소형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이 그 예다. 이 사업은 기후위기와 지역소멸 극복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건물이나 전기버스 등은 스마트시티가 아니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 사업 중 하나인 자율주행은 기후위기와 관련이 적다. 지역소멸 대응사업으로 전자시민증, 스마트오피스, 무인매장이 추진되는데 인구유입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공급자를 위한 사업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위 유형에 해당하는 사업들은 기획재정부가 모두 중단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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