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현대차그룹·LG전자 등 4대 기업이 주요 계열사 국외법인의 본사 배당을 늘려 올해 1분기에만 무려 18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해외에서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국외법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법인세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자본 리쇼어링(re-shoring)’이 본격화한 것이다. 배당금은 반도체·전기차 등 미래 먹거리 투자의 ‘마중물’로 쓰이게 되는 만큼 국가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에선 경직된 노사관계, 노란봉투법 등의 입법 리스크, 현저히 낮은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비롯한 각종 규제 등 국내 투자 환경을 저해하는 요소들도 정부·정치권이 순차적으로 제거해 자본 리쇼어링발(發)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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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리쇼어링이 본격화한 건 올해부터 해외에서 먼저 과세한 배당금에 대해선 금액의 5%에만 국내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이 지난해말 이뤄진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작년 말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해외배당소득에 과세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6개국에 불과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으로선 차입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여기에 본사의 실적 악화에 따른 계획된 투자 집행의 어려움, 미·중 패권경쟁발 공급망 리스크, 과거와 달리 작아진 해외국의 저렴한 인건비 장점, 기술 유출 우려 등도 영향을 미쳤다.
자본 리쇼어링은 경상수지 개선에도 한몫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의 연간 자본 리쇼어링 규모를 168억달러(약 22조원)로 점치며 “비록 한국 경상수지는 여전히 적자지만, 더 강한 배당소득 흑자는 상품·서비스·이전소득 수지 적자를 어느 정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썼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 배당소득수지는 작년 1분기(21억3000만달러)의 432%나 폭증한 113억3000만달러(약 14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자본 리쇼어링이 경제 선순환의 숨통을 트이는 역할을 하려면 정부·정치권이 규제 개혁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높은 법인세는 물론 강성 노조, 각종 규제 등의 리스크를 최소화해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당금을 쌓아두게 되면 무용지물”이라며 “이 경우 세수 감소 부담과 맞물려 되레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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