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보조금, 전기차간 경쟁 왜곡 말아야

이준기 기자I 2021.11.29 06:15:00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탈탄소화를 위해선 전기동력차 보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전기동력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오래전부터 추진되었다. 보조금 지급은 몇 가지 이유로 합리화된다. 첫째는 전기동력차 보급으로 탄소배출 감소라는 편익이 발생하는데 이는 일종의 공공재이므로 정부 개입은 타당하다는 것이다. 탄소배출 감소라는 이익은 국민 누구에게나 돌아가는, 즉 특정 국민의 이익향유를 배제할 수 없는 비배재성의 특징을 갖고 있고, 국민 일부가 탄소배출 감소의 이익을 누렸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이익 향유가 줄어들지 않는 비경합적 특성이 있으므로 이는 전형적 공공재라는 것이다. 둘째, 정부개입은 보조금 지급, 강제할당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으나, 소비자의 내연기관차와 전기동력차간 소비선택권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 양 차종간 소비자 구매 비용은 동등하게 보장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해마다 많은 예산을 보조금 지급용으로 투입하고 있으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소비자의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동력차 구매를 촉진하는 보조금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이러한 보조금이 전기동력차 간 경쟁여건을 왜곡하고 있어도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실 적지 않은 국가에서 전기동력차 보조금은 탈탄소화라는 명분하에 자국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최근까지도 전기차 보조금은 자국산 차량, 그것도 자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에만 지급함으로써 자국산과 외국브랜드를 차별해왔다. 최근엔 매월 신에너지차 권장 목록을 발간하여 보조금 지급 심사에 활용함으로써 자국 전기차 위주로 보조금 지급 대상이 선정되도록 하고 있고 농촌지역 전기차 구매 촉진을 위한 ‘신에너지차 하향 활동 통지’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지자체에서 판촉대상 혹은 보조금 지급 대상을 대부분 자국 업체로 선정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육성 유혹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하원에선 대당 최대 1만2500달러의 세제감면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는데, 2022년부터 2026년까지는 기본 세제감면액 7500달러에 더해 노조가 있는 미국 생산시설에서 생산한 경우엔 4500달러를 추가 세제 감면해주고 여기에 더해 미국산 부품 50%이상과 미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경우엔 500달러를 준다는 것이다. 2027년 이후엔 기본 세금감면 혜택마저 미국산 전기차에 국한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물론 미국 내 반대여론도 높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으나 산업육성 유혹은 쉽게 포기되지 않는다는 점은 확인된다.

우리의 경우엔 정책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수입차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전기버스와 수소버스 보조금이 사례다. 화석역료 사용이 불가피한 우리의 발전 현실과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현재 수소생산 여건을 감안할 때 현재 수소버스는 전기버스 대비 탄소배출 감소효과가 크다. 이를 반영, 수소버스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각각 1억5만원씩 3억원, 전기버스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각각 8000만원씩, 1억60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저상버스는 9200만원의 보조금이 추가 지급된다. 수소차의 친환경성을 고려한 적절한 조치이나 지자체의 중앙정부 매칭방식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수소버스는 전기버스 대비 지자체의 대당 보조금 부담이 커 지자체가 보조금 재원을 편성하지 않거나 소액 편성함으로써 확보된 국고보조금 마저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지자체가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보급 효과를 내고 충전인프라 구축이 수월한 전기버스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매칭방식이 전기버스가 우대받는 시장경쟁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전기버스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수소버스 생태계 구축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 중국은 자국산과 수입산간 차별적 정책을 시행하는 데 반해, 우리는 중국 업체를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전기버스 시장중 중국산 비중은 완성버스 시장에서 36.3%,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감안하면 72.6%에 달한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매칭방식이라는 집행방식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방식의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