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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이승엽의 조언 "모든 타석을 잘 치려 하지 마라"

박은별 기자I 2014.09.20 11:47:03
사진=뉴시스
[인천=이데일리 스타in 특별취재팀]‘영원한 국가대표’ 이승엽(삼성)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진심어린 조언을 보냈다. .

이승엽은 2000년대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을 이끈 주역이다. 2000년대 한국 야구의 국제대회와 이승엽은 떼 놓을래야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그의 한방은 늘 보란듯이 터져나왔다. 왜 그를 사람들이 ‘국민 타자’라 부르는지, 그가 왜 대표팀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늘 증명해보였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 4강전서 홈런을 때려낸 뒤 흘린 눈물의 장면은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는 팬들이 많다. 그의 한 방은 온 국민의 기운을 북돋는 남다른 힘이 있었다.

그런 이승엽은 이번 2014아시안게임에선 태극마크를 내려놓았고, 후배들을 위해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먼저 참 조심스럽다. 나도 대표팀 입장이 돼봤지만 정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누군가가 조언을 할 때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내가 조언할 입장도 아니긴 하지만 그냥 그간 대표팀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과 마음들을 하나 둘 정리해보면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조언이라기보다는 내 경험담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원래 하던 것처럼만 하자.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대회가 홈에서 열리기도 하고 모든 여건들은 우리 팀에 유리한 상황이다. 방심만 하지 않고 하던대로만 하자. 너무 잘하려고 오버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렇다고 설렁설렁도 하지도 말고 말이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압박감들은 심해질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대표팀이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일단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내왔기 때문에 나에 대한 관심도 높았고 나 스스로도 국내용 선수에 머물러선 안된다, 국제 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여야한다는 욕심 아닌 욕심도 있었다. 보여줘야한다는 책임감, 부담감도 들었다.

그러한 부담감을 어떻게 떨쳐내야하냐고? 몸으로 보여주는 길 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 중심타선은 부담감이 크다. 나 역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도 내내 부진했었고, 2008 베이징올림픽 때도 마지막에만 잘했는데 어차피 국가대표 경기, 단기전에서는 매경기 다 잘하긴 힘들다. 중심타선에 집중마크가 들어오기 마련이다. 매 타석마다 잘하려는 생각을 버려라. 국제대회에선 하위타순보다 실패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게 중심타선이다.

중심타순에 대한 집중견제는 어떻게 극복해야하냐고? 이것도 답은 뻔하다. 결국 쳐내는 수밖에 없다. 나도 정말 죽었다 살아난 적이 여러번이었다. 어떻게든 쳐내고 집중하는 것밖에 답은 없다.

그냥 하던대로만 하려고 생각하라. 항상 잘치려고 하지 말고 한 번만, 중요할 때 잘 치면 된다고 생각하자. 1안타, 1타점이 중요하다. 그래도 중요한 찬스에서 치면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더라.(웃음) 주축이 20대 후반 선수들이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즐기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시즌같은 경우라면 페넌트레이스가 긴 게임이라 즐길 수도 있고, 매일매일 다른 기분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국가대항전은 전쟁이다. 한 게임지면 끝이다. 그만큼 절박하다. 집중력을 갖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팀 전체가 응집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TV로 응원하는 입장이 되니 솔직히 홀가분하다. 대표팀 생활에 만족은 없고 부족함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아쉬움 역시 단 1%도 없다. 모든 부담감을 던져놓으니 마음은 편하다. 늘 몸으로 하는 시간에서 이제 TV로 응원하게 됐는데 이것 역시 나에겐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마음속으로 응원하겠다. 이번엔 다 잘할 것이라 믿는다. 시즌 때 컨디션이 좋았던 선수들이 많아서 잘 할 것 같다. 금메달을 꼭 따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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