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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PD의 연예시대①]지금은 '스타마케팅' 아닌 '스타메이킹' 시대!

윤경철 기자I 2008.06.17 11:23:12
▲ 스타 마케팅 보다 작품으로 승부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MBC 사극 '이산'과 SBS 드라마 '온 에어'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스타파워 글쎄요.”

일본 연예 관계자들은 한국시장을 독특하게 바라보고 있다.

자신들이 흥행 대박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한국 시장이 좀처럼 그들의 생각대로 돌아가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흥행의 공식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실례로 지난해 한일 양국을 뜨겁게 달궜던 기무라 다쿠야의 ‘히어로’의 경우 예상외로 흥행성적이 부진했다. 한일 양국에 온도 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2007년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던 작품이 한국시장에서 100만 명을 넘지 못한 사실을 그들은 쉬 납득할 수 없었다.

‘히어로’의 흥행 부진은 불법 다운로드 등 고질적인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국 시장이 기본적으로 스타파워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데 기인한 바가 크다.

비슷한 예는 올해 개봉한 다른 외화에서도 알 수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맨’과 키아누 리브스의 ‘스트리트 킹’ 두 작품을 비교해보면 인지도면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강세다. 하지만 결과는 기획과 짜임새면에서 우세를 보인, 그리고 친근하면서도 한국에 친한 인상을 남긴 ‘아이언맨’의 완승이었다.

한마디로 한국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은 스타가 나왔다고 해서 이제 무조건 시선을 주지 않는다. 일본 시장이 특정 스타들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반면 한국시장은 냉정하다. 전편이 잘됐다 하더라도 후속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일주일만에 막을 내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배우에 대한 의존도 역시 마찬가지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소문이 날지라도 1,2편에서 작품을 잘못 선정한다면 하루 아침에 곤두박칠 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과거 특정스타들만 잡으면 묻지마 투자를 일삼던 투자사들도 스타시스템의 허망함을 어느정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강력한 티켓 파워와 시청률 상승에 일조했던 스타파워가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스크린도 마찬가지다. 전지현을 앞세웠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김태희 설경구 주연의 ‘싸움’, 송혜교의 ‘황진이’ 등 한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의 작품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가깝게는 손예진 지진희의 ‘스포트라이트’를 비롯 최지우 이정재의 ‘에어시티’, 송일국 장진영의 ‘로비스트’, 장혁의 ‘불한당’, 고소영의 ‘푸른물고기’, 차태현 강혜정의 ‘꽃찾으러 왔단다’ 등이 이름값을 못하고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물론 배우의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스타시스템 못지 않게 강한 상대를 만났거나 작품 자체가 시대적 이슈를 반영하지 못해 시청률에서 밀린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드라마가 비슷한 조건이었고 이중 한 작품에만 유독 시청자들이 몰린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옳다. 최근들어 강세를 보인 ‘이산’ ‘온에어’ 등의 작품들이 스타보다는 작품 내용으로 화제가 됐던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성공한 작품들의 원인을 따져보면 스타시스템에 의존하기 보다는 빠른 편집, 탄탄한 스토리, 독특한 소재 등을 선택한 데 따른 것이 크다.

전문가들은 "스타가 작품 속에 나오는 것은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다. 잘 활용하면 홍보나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그 나물에 그밥'이라는 비난을 얻을 수 있다"면서 "스타에 의존하지 않았던 작품들은 스타가 없어 홍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고 여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OBS경인TV '윤피디의 더 인터뷰' '쇼영' 프로듀서(sanh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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