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줄줄이 FDA 노크…바이오株 다시 날개 달까

박태진 기자I 2020.01.06 02:30:00

퓨쳐켐·CMG제약 허가 신청…한미약품도 신약 심사
통과 시 글로벌 스탠다드 확보로 강력한 모멘텀
R&D·상용화에 호재 작용…올해도 러시 잇따를 듯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경자년’ 새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경영 목표 중 하나로 글로벌 진출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국내 대형 제약사 및 바이오업체 뿐 아니라 중소형 업체들도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관련 시험허가신청서(IND)를 제출하거나 현지 판매 허가를 신청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FDA 승인 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각종 허가가 통과된다면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시장 진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 승인 여부…해외진출 가늠자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사성의약품 신약개발 전문기업 퓨쳐켐(220100)은 미국 자회사(FutureChem USA)를 통해 전립선암 진단 방사성의약품 ‘프로스타뷰(FC303)’의 임상 1상 IND를 FDA에 제출했다.

프로스타뷰는 전립선암에 과발현되는 전립선 특이세포막항원(PSMA)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방사성의약품으로 퓨쳐켐이 자체 개발 중인 신약이다.

퓨쳐켐은 지난 2018년 10월 유럽 핵 의학회 학술대회에서 프로스타뷰의 비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6월에는 국내 임상 1상도 개시했다. 또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에 있는 존스홉킨슨병원과 임상 계약을 체결하고, GE헬스케어와 공급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IND 승인까지는 약 2개월 정도 소요될 예정이며 승인이 나면 존스홉킨스대학을 중심으로 본격 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라며 “현재 유럽시장과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어서 미국 진출 이후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제약사 한미약품(128940)은 미국 신약개발업체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의 FDA 허가심사가 시작됐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FDA는 롤론티스의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 서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펙트럼은 FDA의 롤론티스 허가 심사 개시에 따라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나설 방침이다.

한미약품도 상용화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회사 측은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바이오 신약 중 처음으로 상용화를 위한 본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CMG제약(058820)은 FDA에 필름형 조현병 치료제 ‘데핍조(Depipzo)’의 허가를 신청해 접수가 완료됐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이 제약사는 FDA 허가 심사를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해당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등 헬스케어 업계도 해외진출 기류에 편승하는 모습이다.

헬스케어 업체 솔고바이오메디칼(솔고바이오(043100))은 경추용 추간체 유합 보형제 임플란트 제품을 새롭게 개발해 FDA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해당 제품은 국내 및 해외에서 경추 수술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품목 중의 하나로 척추 디스크의 손상 및 이탈로 인한 디스크 이상에 대한 수술적 치료에 사용된다. 회사 측은 이번 승인으로 미국은 물론 해외 수출량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이 직접 또는 관계사를 통해 FDA에 각종 승인을 신청하는 것은 해외진출 성공을 위한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석원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약은 안정성과 효용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전 세계에서 FDA가 경험이 제일 많다보니 각종 신청이 쇄도하는 것 같다”며 “특히 FDA 인증(허가)이 가장 까다롭기 때문이 이를 통과한다면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FDA는 임상시험은 물론 생산시설에 대해서도 다 확인하고, 어떤 제품을 팔 건지, 파는 제무의 퀄리티도 확인한다”며 “결국 승인을 받는다는 것은 해당 업체로서는 큰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FDA 통과 후 승승장구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FDA 승인을 미국 대학입시 및 졸업과도 비유한다. 입학(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졸업(승인)은 아무나 못한다고 할 정도로 심사 기준이 까다롭다는 얘기다. 이에 FDA에 신청한 것만으로도 신약이나 의료기기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 연구원은 “예컨대 한 기업이 FDA에 IND를 제출한 것은 입시생이 입학처에 원서를 낸 것과 같지만, 미국에 진출한다는 것은 자금력은 물론 국내 임상 1상을 거친 기술력도 뒷받침된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FDA 승인 모멘텀이 생긴 기업들은 해외진출 못지않게 후속 임상 등 연구개발(R&D)과 상용화도 더욱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은 FDA로부터 혁신신약(first in class)으로 지정받은 구강점막염 치료제의 임상 2상 결과를 오는 8월 발표할 예정이다. 이 치료제는 혁신치료제로 지정된 만큼 임상 2상 후 바로 판매허가를 신청해 이르면 내년에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로봇 전문기업 큐렉소(060280)는 미국 투자회사인 ‘씽크서지컬’이 최근 미국 뉴저지 최대병원과 인공관절 수술로봇 ‘티솔루션원(TSolution One)’ 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이번 계약을 체결한 제품은 지난해 10월 FDA를 획득한 무릎관절 수술로봇으로, 이번 계약은 미국 내 최초 판매계약이다.

코넥스 상장 바이오 벤처기업인 안지오랩은 자체 개발한 치주질환 치료제 ‘ALH-L1005’가 임상2상에 돌입한다고 5일 밝혔다. 이 치료제는 기존의 단백질 분해(MMP) 효소 저해제로 FDA 승인 받은 유일한 치주질환치료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올해에도 FDA 신청 러시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안과질환 치료제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FDA 허가 신청을 통해 모멘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당국도 FDA의 사례를 참고해 허가해주는 사례가 많은 만큼 바이오·헬스케어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노크하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늘 것”이라며 “최근 신청서를 낸 업체들은 국내에서 임상 1상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최근 각종 학회에서 효용성·안전성을 높이 평가받은 만큼 미국에서 허가가 난다면 해당 업체 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