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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異야기]①‘맥주=미식’, 맥주史 새로 쓰는 ‘제주맥주’

강신우 기자I 2018.08.21 05:30:00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 인터뷰
시카고서 수제맥주에 반해 ‘맥주 사업’ 시작
글로벌 맥주회사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협업
제주위트에일, 지난달 수제맥주 업계 1위 달성
“올해 매출 규모 목표 100억원, 업계 이끌 것”

문혁기(39) 제주맥주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동호로 제주맥주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수입맥주는 유통과정이 길어 국내맥주보다 신선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제주맥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가장 신선한 야채는 산지에서 갓 올라온 야채다. 냉장 8주 보관된 야채가 아니다. 맥주도 똑같다. 생산된 맥주를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게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음용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수입맥주는 유통과정이 길다보니 신선도가 국내맥주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신선한 맥주는 ‘국산 맥주’”

문혁기(39) 제주맥주(수제맥주 제조ㆍ판매사)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동호로 제주맥주 서울사무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른바 ‘4캔에 1만원’ 맥주인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신선하고 질 좋은 맥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표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맥주는 대부분 6주에서 10주 정도 컨테이너 안에서 머무르게 된다. 그래서 수입맥주로 ‘살아있는 효모’를 마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맥주는 그 나라, 그 지역에서 생산된 맥주를 그 자리에서 바로 마시는 것이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수제맥주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바로 ‘신선한 맛’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외식사업을 하고 있던 그는 미국에서 비빔밥 프랜차이즈를 론칭하기 위해 시카고를 찾았고 그곳에서 처음 수제맥주를 접했다. 당시 수제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아, 이런 맥주도 있구나”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맥주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맛. 문 대표는 자신이 ‘맥알못(맥주를 잘 모르는)’인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분명 국내 시장에서도 ‘홉의 향이 강한’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홉은 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향기와 쓴맛이 있어 맥주의 독특한 향료로 쓰인다.

문 대표는 “기본적으로 맥주의 향과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홉’이다. 수제맥주는 일반 대기업 맥주에 비해 홉 양이 5~6배에 달한다. 그래서 훨씬 풍미가 있고 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방커피의 전성시대인 20년 전만해도 커피숍 마다 에스프레소 기계가 들어온 현재를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커피 소비문화가 바뀐 것처럼 갖가지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수제맥주 시대가 오게 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글로벌 수제맥주社서 양조 기술 배워

시카고의 수제맥주 맛에 반한 문 대표, 그는 수제맥주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곧장 국내로 들어와 시장조사에 나섰자. 그러나 이내 실망했다. 당시 유명했던 이태원의 수제맥주집을 찾아 맥주를 마셨지만 시카고의 수제맥주 맛과 향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문 대표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카고에서 느꼈던 맥주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전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30년 노하우의 세계적인 맥주 회사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양조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브루클린 브루어리와의 협업은 예상외로 쉽게 풀렸다. 중학교부터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문 대표. 우연찮게도 브리클린 브루어리의 경영자와 문 대표가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문’ 사이였던 것. 문 대표는 “협업을 하자는 딱딱한 대화 중간에 학연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내게 됐고 경직된 자리가 부드러워지면서 첫 미팅이 아주 성공적으로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맥주 심벌. 제주맥주가 탄생한 제주도의 지형적 특성을 아이콘화 했다. 제주지역과 제주맥주 그리고 수제맥주 시장의 번영을 의미한다.(사진=제주맥주)
그렇게 브루클린과 첫 단추를 끼운 문 대표는 ‘제주맥주 주식회사’라는 법인을 2015년 2월 설립했다. 초기 자본금은 제주맥주와 브루클린이 각각 8대 2 비율로 투자, 이후 벤처캐피탈을 통해 100억 이상의 출자를 받아 사업을 순조롭게 시작하게 됐다.

◇제주맥주 신제품, 제주서 먼저 선봬

이후 2017년 8월 제주 한림읍 금능농공단지에 제주맥주 양조장을 만들고 브랜드를 공식 출범하고 그해 첫 제품인 ‘제주 위트 에일’을 제주도내에서 출시했다. 2018년 5월에는 제주 위트 에일을 전국에 내놓게 됐고 반응도 좋았다. 단일 브랜드만으로 지난 달 수제맥주 업계 매출 1위를 달성했다. 500㎖ 캔 기준 2018년 1분기 대비 2분기 전국 유통량이 약 290% 성장하는 등 치열한 맥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제주 위트 에일에 이은 ‘제주 펠롱 에일’을 제주도 내에만 선 출시했다. 제주 펠롱 에일은 제주 곶자왈을 모티브로 한 페일 에일 타입의 크래프트 맥주다. 다양한 식물이 조화를 이루어 제주 곶자왈을 형성하는 것처럼, 제주 펠롱 에일 역시 다양하고 개성 있는 홉을 블렌딩해 탄생한 제품이다. 제주 펠롱 에일의 ‘펠롱’은 ‘반짝’이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으로 반짝이는 듯한 시트러스 향과 쌉싸름한 끝 맛을 느낄 수 있다.

문혁기(39) 제주맥주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동호로 제주맥주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수입맥주는 유통과정이 길어 국내맥주보다 신선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제주맥주)
문 대표가 신제품을 제주 지역으로 한정해 우선 출시하는 이유는 지역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그는 “시카고에서 수제맥주를 마실 당시 첫 모금의 맛과 향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맥주 때문에 다시 찾고 싶은 지역이 시카고가 된 것처럼 제주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도 제주맥주의 첫 맛과 향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사업 철학은 ‘맥주도 미식’이다. 수입 맥주가 가장 맛이 있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신선하고 맛있는 제주맥주를 통해 불식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맥주 미식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 제주맥주의 설립 취지다. 그는 “제주에서 생산되는 신선하고 좋은 맥주로 국내 맥주 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더 나아가 제주맥주를 전세계가 찾는 새로운 제주의 문화 콘텐츠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제주맥주는 전국에 병입 제품 유통이 가능한 10여개 수제맥주업체 중 선두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수제맥주 전체 시장 매출이 4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가운데 올해 매출 규모를 100억원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제주위트에일.(사진=제주맥주)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1979년 대구 출생 △1998년 뉴욕 포덤대 입학 △2006년 11월 다이닝바 후람베 창업 △2012년 11월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자매 양조장 논의 시작 △2015년 2월 제주맥주 주식회사 법인 설립 △2017년 8월 제주맥주 ‘제주 위트 에일’ 첫 제품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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