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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손톱 밑 가시]알약 30개 포장 의무 공급 뭐지

천승현 기자I 2014.04.20 10:00:12

연간 제조·수입량 10% 소량 포장 의무 공급 규정
제약사들 "재고부담 가중..불필요한 규제"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 ‘의약품 10개 중 1개는 작은 포장으로 공급하지 않으면 제조업무정지 1개월’ 제약업계가 꼽는 대표적 손톱밑 가시인 ‘소량 포장 공급 규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06년부터 시행중인 이 제도는 연간 의약품 제조·수입량의 10% 이상을 품목별로 소량 포장단위로 약국이나 병·의원 등에 공급토록 하는 규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약사들의 요구로 시행됐다. 처방이 많지 않거나 자주 바뀌는 제품인데도 제약사들이 대량 포장만을 공급, 재고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신설됐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의약품은 제조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두 번 적발되면 제조정지 3개월, 3차 처분은 제조정지 6개월이며 4차 위반 시 허가가 취소된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의약품의 포장 규모는 제약사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반대해왔다. 실제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정작 소량 포장에 필요한 약국에는 대량 포장이, 소량 포장이 필요없는 약국엔 소량 포장 제품이 공급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때문에 제약사 영업사원이 약국에 직접 가서 소량 포장 제품을 큰 포장으로 옮겨주는 불법 행위가 허다했다.

제약사는 소량 포장 제품의 수요가 많지 않아 대량으로 반품받거나 폐기처분하는 등 재고부담으로 이어졌다. 작은 포장 단위는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의약품은 한번 생산할 때 모두 같은 포장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소량 포장 제품의 비율을 10%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약사들은 소량 포장을 10% 이상을 공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난해에만 41개 품목이 소량 포장 공급 위반으로 1개월간 생산이 금지됐다. 2012년에는 148개 품목이 소량 포장 규정 위반으로 제조정지 처분을 받았다.

결국 이러한 부작용으로 식약처는 소량 포장 수요가 적은 품목에 한해 생산량의 5%만을 소량 포장으로 공급토록 했다. 지난해 기준 1284개 품목이 공급기준 차등 제품으로 선정됐다. 그럼에도 제약사들은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약국에서 소량 포장을 요구하면 제약사들은 이에 맞춰 공급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의무적으로 포장 단위까지 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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