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황제' 마우리치오 폴리니, 23일 별세

장병호 기자I 2024.03.24 08:53:56

향년 82세
완벽하고 깔끔한 테크닉으로 정평
내한공연 약속했으나 결국 무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피아노의 황제’로 불리는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2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2세.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사진=마스트미디어)
이탈리어 현지 언론은 이날 폴리니의 아내 말리사, 아들 다니엘레가 이탈리아 밀라노의 자택에서 고인의 임종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생전 고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은 “폴리니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이자 50년 넘게 극장의 예술적 삶에서 근본적인 기준이 된 인물”이라고 애도했다.

폴리니는 건축가인 지노 폴리니의 아들로 1942년 밀라노에서 태어났다. 5세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1960년 18세 나이로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만장일치로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저 소년이 기교적으로 우리 심사위원들보다 더 잘 친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완벽하고 깔끔한 테크닉으로 정평이 난 연주자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악보의 X선 사진과 같은 연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지나치게 정확한 연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63년 영국 런던에서 데뷔했을 때는 “음표, 그 다음 음표를 제대로 연주하는 데에만 집착하며 달려간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폴리니는 쇼팽 음악에 가장 정통한 연주자로 유명했다. ‘쇼팽의 정석’, ‘쇼팽의 대명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예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비롯해 일본 프래미엄 임페리얼상, 영국 로열필하모닉협회 음악상, 그래미 어워즈, 디아파종상 등 저명한 음악상을 다수 받았다.

폴리니는 지난해 4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사상 첫 내한 리사이틀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취소됐다. 이보다 앞선 2022년 5월에도 예술의전당에서 두 차례 내한 리사이틀을 예정했으나 기관지염 악화로 취소했다.

폴리니는 내한공연 취소 이후 한국 관객에 서한을 보내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해 예술의전당 공연을 고대하고 있었지만, 건강상 문제로 여행을 할 수 없기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이른 시일 내에 한국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끝내 국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폴리니의 장례식은 고인이 평소 많은 애정을 보였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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