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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韓영화 매출액, 역대 2위…'서울의 봄'이 극장의 봄 불렀다

김보영 기자I 2024.01.15 10:03:49

2023년 12월 매출액 1347억…'서울의 봄' 일등공신
2023년 천만 영화 두 개…중소 '허리급' 영화는 부족
해외 애니메이션 이례적 열풍…히어로물 흥행 부진

(사진=이데일리 방인권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서울의 봄’이 얼어붙은 극장가를 녹이며 희망을 선사했다. ‘서울의 봄’이 개봉한 지난해 12월 한국 영화 매출액이 집계 이래 역대 2위를 기록한 것.

15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12월 한국 영화는 1347 억원의 매출액에 1370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이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하 통전망)이 가동된 2004년 이래 12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한국 영화 매출액과 관객 수였다. 흥행의 일등공신은 단연 ‘서울의 봄’이었다.

‘서울의 봄’은 11월 개봉 이후에도 영화에 대한 관객의 열기가 식을 줄 몰랐고 12월 들어서는 더 뜨거워졌다. 12월 한 달 동안에만 매출액 877억원 , 관객 수 890만명이 들면서 12월 전체 흥행 1위에 등극한 것은 물론이고, 12월까지 누적된 수치 기준으로 총 1154억원의 매출액과 1185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2023년 통틀어 가장 흥행한 영화 1위를 차지했다 . 전국의 영화관을 순회하며 종횡무진 무대인사에 오르던 ‘서울의 봄’ 감독과 배우들은 작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찾아온 ‘천만 영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12월 한 달간 집계된 매출액과 관객 수는 2023년의 첫 메가 히트작이었던 ‘범죄도시2’ 보다도 많아, 사실상 12월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서울의 봄’을 ‘천만 영화 ’로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로써 ‘서울의 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봉한 영화들 중 ‘범죄도시2’, ‘아바타: 물의 길’, ‘범죄도시3’에 이어 매출액 1000 억원, 관객 수 1000만명을 넘긴 네 번째 영화가 됐다. 12 월 흥행 2위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 부작’ 마지막 시리즈 ‘노량: 죽음의 바다’로 매출액 340억원( 관객 수 344만명)을 기록하며 역사 소재 영화의 흥행 흐름을 이어갔다. 12 월 한국 영화의 매출액 및 관객 수 점유율은 82%에 달했다.

반면 2023년 12 월 외국 영화의 매출액은 296억원, 관객 수는 300 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외국 영화의 매출액 평균(769억원) 과 관객 수 평균(924만명) 대비 각각 38.5%, 32.5% 수준에 그쳤다. 북미 기준으로 이미 2023년 11~12 월 경 개봉된 ‘웡카’나 ‘위시’ 등 기대작들의 개봉이 국내에서는 2024년으로 늦춰진 영향이다. 심지어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매출액이 71.7%(750억원 ) 감소하고 관객 수 또한 65.7%(575만명) 줄어들었다. 2023년 12월 개봉한 외국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매출액 75억원(관객 수 72만명 )으로 ‘서울의 봄’과 ‘노량: 죽음의 바다’의 경쟁작이 되지 못하고 12월 전체 흥행 3위에 자리했다.

외국 영화는 약세였지만 한국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둔 덕분에 2023년 12월 영화관의 전체 매출액은 1643억원, 관객 수는 167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 12월 전체 매출액 평균 (1870억원)의 87.9%, 관객수 평균 (2276만명)의 73.4% 수준으로 ‘범죄도시3’ 흥행 이후 가장 높은 회복세를 보인 달이었다. 전월에 비해서 매출액은 4.2%(67억원) 증가했고 관객 수는 17.8%(253만명 ) 늘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기자)
하지만 2023년은 한국 영화계를 든든히 지탱할 ‘허리급’ 중소 영화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했다. 2023년 한국 영화에서는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들어내는 성취도 있었지만, ‘중박 흥행’ 영화를 찾기 어려웠다는 아쉬움 또한 있었다. 중소규모로 제작돼 300~500만명 정도의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가 드문 한 해였다. 2023년 한국 영화의 총 매출액은 5984억원으로 전년 대비 5.2%(326억원) 감소했고, 팬데믹 이전 평균(9287억원 )의 64.4% 수준을 기록했다. 2023 년 한국 영화 총 관객 수는 6075만명이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3%(204만명) 감소한 수치이자 팬데믹 이전 평균(1 억 1323만명)의 53.7% 수준이었다.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이 2023년 전체 흥행 1위와 2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 ‘범죄도시3’을 제외하면 1 월부터 7월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같은 기간 기준으로 매출액 200억원 , 관객 수 200만명을 넘긴 영화가 없었다는 게 이를 보여준다. 통상 극장가에서 많은 관객몰이를 기대하는 여름 시장과 추석 황금연휴 기간까지도 대목에 걸맞는 대흥행작이 나오지 않아,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올 때 쯤 구원투수처럼 ‘서울의 봄’이 개봉한 것이다. 2023년 한국 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47.4%, 관객 수 점유율은 48.5%였다.

2023년 외국 영화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례적인 흥행 양상이 돋보였다. 외국 영화 기준 흥행 1~3 위가 ‘엘리멘탈’,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모두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심지어 이 3편의 애니메이션은 2023년 전체 흥행 기준으로도 ,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 다음의 3위부터 5위까지 나란히 차지하며 전체 흥행 상위 5위권에 포함됐다. 통전망이 가동된 2004년 이래 연간 전체 흥행 상위 5위 안에 애니메이션 영화가 3편이나 포함되는 것은 최초의 일이다. 그 범위를 10 위권으로 넓혀도 애니메이션 영화가 3편씩 있었던 적은 없었다.

반면 최근 5년간 전체 흥행 10위권 기준으로 많으면 4편씩까지 이름을 올렸던 마블과 DC 코믹스 기반의 슈퍼히어로 영화는 2023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더 마블스’, ‘플래시’ 등이 모두 침체된 흥행 성적을 마주하는 등,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ume 3’를 제외하면 총 매출액과 관객 수가 각 200억원, 200만명을 넘긴 영화가 없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덕분에 2023년 외국 영화 총 매출액은 66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5.3%(1337억 원)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 평균(8994억원 )의 73.7%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외국 영화 총 관객 수는 6438만명으로 전년 대비 28.7%(1437만 명 ) 늘어났으며 팬데믹 이전 평균(1억 775만 명)의 59.8% 수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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