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금리 바닥은 어디인가” 뜨겁게 논쟁한 5인의 현자

김정현 기자I 2019.09.19 00:00:00

지난달 금통위서 금통위원 7인중 5인 ‘실효하한’ 언급
사상 최저 기준금리시대 앞두고 “어디까지 내리나” 고민
포워드가이던스·양적완화 등 非전통적 정책 고민도 담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금리 바닥은 어디인가. 바닥에 도달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

기준금리 ‘사상 최저’ 시대를 앞두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언제까지고 기준금리를 내릴 수 없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조정에 대한 ‘정책 여력’이 약화된 상황인 만큼, 예상보다 빠르게 ‘양적 완화’ 같은 비(非)전통적 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18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금통위원 7명 중 5명은 실효하한 논의와 추정을 더욱 활발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하한에 대한 개념과 논의를 외부와 소통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지만, 실효하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때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효하한은 일종의 기준금리 바닥이다. 어떤 수준 아래로 더 내리면 자본유출 등의 부작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지켜야 하는 금리 수준을 뜻한다.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 바닥 탐색 작업을 서두르는 것은 기준금리 사상 최저 시대가 코앞에 와서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1.50%다. 시장은 올해 한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연말에는 역대 최저치인 1.25%와 같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 밑 수치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어디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고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A 금통위원은 “최근 기준금리 실효하한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며 “실효하한의 개념과 논거에 대해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실효하한(수치)은 추정방식이나 위원들의 주관적 견해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며 “실효하한 수준에 대해 내부에서 활발히 논의하고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효하한이 구체적 수치로 언급되는 경우, 기준금리 조정을 통한 통화정책 효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실효하한이 1.00%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00%까지 내린다면, 시장은 오히려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을 상실하고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이 예상보다 빠르게 비전통적 통화정책 시행할 수 있다는 일각의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근접하고 통화정책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추가 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C 금통위원은 “시장에서 기준금리 실효하한이 구체적 수치로 언급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금리정책의 한계에 대한 우려나 금리 이외의 통화정책 수단에 대한 기대가 의외로 빨리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D 금통위원은 “최근 일부 중앙은행 고위관계자가 향후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정책금리가 특정 수준에 도달하면 비전통적 정책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일종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놓았다”며 “최근 실효하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은 향후 한은 통화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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