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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異야기]①내수 접고 해외 올인하니…치과용 의료기기 강자 '우뚝'

김정유 기자I 2018.10.17 01:00:00

이상철 레이 대표 인터뷰
2004년 실험실 창업, 삼성전자로 인수돼 품질 노하우 습득
가격대신 품질로 승부, 내수 접고 수출시장에 ‘집중’ 승부수
품질로 해외서 인정, 3D프린터까지 ‘토털 솔루션’ 구축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 국내시장 대신 품질을 우선시하는 해외시장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습니다. 해외 거래처들이 요구하는 품질 테스트를 기술력으로 대응하니 자연스럽게 수출로 연계되더군요. 2012년 74억원이었던 매출액도 올해는 50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이상철 레이 대표가 경기도 화성시 본사 사무실에서 자사 의료기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가격을 낮춰야 하는 국내 시장 대신 품질로 경쟁하는 해외 시장에 ‘선택과 집중’하며 수출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정유 기자)
치과용 의료기기로 기술력 ‘어필’… 삼성에 인수돼

16일 경기 화성시 레이(RAY)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이상철 대표는 “치과 안에서 진단부터 보철물 제작·치료까지 원스톱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의료기기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라며 “앞으로 기술력을 앞세운 치과용 의료기기 토털솔루션으로 글로벌 1위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레이는 이 대표가 의료공학 석·박사 출신 인력들과 함께 2004년 창업한 의료기기업체다. 주력제품은 치과에서 쓰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로 이는 치아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를 촬영한 후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이 대표는 “CT를 개발해왔던 실험실 선·후배들과 함께 치과용 CT 장비 개발을 목적으로 창업했다”며 “초창기엔 디지털 엑스레이 관련 연구·개발(R&D)로 돈을 벌다가 2006년 외부 업체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받은 뒤 본격적으로 치과용 CT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창업 초반엔 고전했다. 초기 투자를 받았지만 개발비에 대부분을 소진했고 2008년 출시한 첫 제품은 기대보다 판매량이 적었다. 이 대표는 “2008년 당시 첫 제품을 내놨지만 큰 반응이 없어 임직원 임금을 지급하기도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렸다”며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초창기엔 R&D 용역으로 수익을 남겼지만. 직접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으로 전환하니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고난의 행군’은 2010년에서야 끝이 났다. 당시 의료기기사업에 관심이 있던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전격 편입된 것. 그는 “삼성전자와 같이 한다면 우리도 치과용 CT 분야에서 글로벌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무엇보다 글로벌 1위 기업의 시스템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던 갈망이 컸다”고 회상했다.

일반적으로 중소 의료기기 업체들은 몇 달씩 걸리는 인·허가 과정으로 인해 신제품 개발에 소극적이다. 인·허가를 획득하기 전까지 설비 구축·개발비 등으로 비용은 계속 나가지만 수익은 거둬들이지 못하는 탓이다. 때문에 대부분 중소 의료기기 업체들은 개발이 쉽거나 인·허가 기간이 짧은 제품을 빠르게 출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생존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달랐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는 개발에만 2년 이상의 시간을 들이고 유통 테스트까지 진행했다”며 “혹독한 품질 테스트 노하우를 경험하면서 우리 역시 품질 개선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가격 대신 품질에 ‘주력’… 해외 전시회 다니며 ‘입증’

하지만 가격대신 품질에 집중하다보니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야하는 내수시장, 동남아·중동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이 힘들었다. 또한 대기업 계열사로 묶인 레이는 중소기업으로서 직·간접적인 자금지원도 받기 어려웠다. 이에 이 대표는 2013년 승부수를 던졌다. ‘가격경쟁력이 아닌, 품질로만 승부하자’는 철학으로 내수시장을 접고 해외 중심의 판매전략을 구축한 것.

이후 이 대표는 2012년 출시한 치과용 CT ‘레이스캔 알파’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해외시장만 공략했다. 연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품질에 의구심을 보이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직접 품질 경쟁력을 입증하려 전 세계 전시회는 거의 모두 다녔다. 이 대표는 “해외 방방곳곳의 전시회를 다니면서 우리 제품의 기술력을 현지에 소개했다”며 “실제 한 일본 바이어는 외주를 통한 제품 테스트를 무려 6개월간 진행했는데, 일본 제품에선 문제가 발견됐지만 우리 제품만 문제가 없자 품질력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 같이 레이는 해외에서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외형도 함께 커졌다. 매출액은 2012년 74억원에서 매년 증가, 2013년엔 손익분기점까지 넘겼다. 이 같이 레이가 자생력을 키워가자 이 대표는 2015년 삼성전자로부터 독립을 결정했다. ‘삼성’이란 배경을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업 방향이 맞지 않았고, 대기업 특유의 느린 의사결정이 이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수출로 조금씩 성과를 보일 때 신속히 해외 거점을 만들어야 했는데 삼성전자 자회사로서는 이런 부분이 마음대로 되지 못했다”며 “삼성전자로부터 독립을 하더라도 자신이 있었다. 실제 우리가 직접 해외 판로를 개척했던만큼 앞으로도 수출에선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떠난 레이는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수출 지역을 40여곳까지 늘리고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멕시코 등으로 현지 법인도 확대했다. 현재 레이의 수출 비중은 95%에 달한다. 매출액도 2014년 201억원에서 지난해 329억원까지 성장했다. 올해는 5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신사업인 치과용 3D(3차원)프린터 ‘레이덴트 스튜디오’를 출시하며 치과용 의료기기 토털솔루션 구축에도 나섰다. 레이덴트 스튜디오를 활용할 경우 치과에서 치아모델, 임시치아, 수술용 가이드 등을 즉석으로 제작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치과용 3D프린터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IPO(기업공개)를 추진, 외형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치과용 의료기기 토털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1위에 도전할 것”이라며 “내년 1월을 목표로 코스닥을 통한 IPO도 추진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높여 좋은 인력들을 영입, 기술력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레이의 치과용 CT 장비 ‘레이스캔 알파’(왼쪽)과 3D프린터 ‘레이덴트 스튜디오’. (사진=김정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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