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5% 수익이 어디냐"…韓 금투사, 美 인프라 시장 노크

문승관 기자I 2019.07.19 05:10:00

롯데케미칼 미 공장 투자 결정후 현지 분위기 우호적
노후화한 원전·화력발전소 등 대규모 대체 사업 진행
국내 대형금투사 금융주선은 물론 자본투자까지 확대
미 정부 보증으로 위험 낮춰…연 5% 이상 수익률 기대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 5월 롯데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 에틸렌 공장 설립에 31억 달러(약 3조6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이후 미국 내 인프라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과 금융사에 대한 시선이 매우 호의적이다. 기존 미국 발전 시장은 일본계 기업이 5~6년 정도 선점한 상황이었는데 앞으로 한국 금융사들의 선전이 예상된다.”

미국 인프라 시장에 투자한 국내 대형 금융투자회사 대체투자 담당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 인프라 시장 내에서 한국 금융사의 투자가 더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대형 금융투자사를 중심으로 미국 내 노후화한 원전과 화력발전소 재개발 사업에 ‘노크’하고 있다.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평가받는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투자처 다변화 차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대형 금융투자사 주도로 美 인프라 노크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 건지 카운티에 들어서는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 투자했다. 미국 아펙스파워 그룹과 케이스네스 에너지가 오하이오주 건지 카운티에 총 15억 달러(약 1조7300억원)를 들여 총 1850MW 규모의 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로 오는 2022년 전력 생산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에 NH투자증권은 10억7500만 달러(약 1조2400억원)를 조달하는 대표 주관 자격을 협상 중이다. 사실상 국내 증권사로서는 미국 내 첫 인프라 사업 대표 주관사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은 뉴욕을 타깃으로 발전 인프라 단독주선을 계획 중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석탄을 제외하고 투자할 수 있는 미국 내 인프라 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오하이오주 사우스필드 발전소 6억 달러(약 6900억원)에 이어 올 들어 미시간주 나일즈 발전소 5억9000만 달러 (약 6800억원)까지 최근 1년간 3조원이 넘는 미국 내 인프라 투자 금융 주선권을 따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NH투자증권과 함께 미시간주 나일즈 발전소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다. 지난 2017년 미국 메릴랜드 메타우먼 가스발전소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NH투자증권과 공동으로 11200억원을 투자한 뒤 두 번째 공동주관사 투자다.

이밖에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EPIC NGL 파이프라인 인수금융 7000억원, 텍사스 가스복합발전소 선순위 대출 800억원을 투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미국 정유회사인 EIF밴훅에퀴티홀딩스에 1700억원 규모의 선순위 대출을, 현대차증권도 미국 천연가스 발전소에 430억원의 PF를 주선했다. 그에 앞서 신한금투는 총 11억 달러 규모의 미국 펜실베니아주 페어뷰 가스복합발전소 프로젝트에 대주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한국 금융투자사의 투자 역량이 올라간 점도 미국 내 인프라 투자가 늘어난 이유”라며 “지난 2017년 이후 대체투자 자산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나서면서 미국 내에서 인지도가 쌓였다”고 말했다.

◇노후 인프라 대체 줄이어…연 5% 이상 수익 기대

국내 금융투자사들이 미국 인프라 시장에 관심을 두는 것은 대형 프로젝트가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노후화로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를 가스화력발전소로 대체하는 다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의 보증 덕에 투자위험이 낮으면서 국내보다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 대상을 잘만 고르면 연 5% 이상의 수익률도 가능하다”며 “국내 시장에서는 이 정도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이 최근 주관사 자격을 따낸 건지 발전소도 10년간 일정한 수익을 보장받으면서 실제 전력판매수익이 최소보장수익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을 보상받도록 옵션을 마련했다.

한 대형 금융투자사 대체투자본부장은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펀더멘털이 튼튼한 미국일 것”이라며 “사실 최근의 대체투자에서 인프라 투자로 먹고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경기 불확실성은 늘 존재하지만 하방경직성이 있는 게 인프라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프라 투자는 통상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수요를 기반으로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가기 때문에 손해를 희석할 수 있다”며 “주식은 변동성이 크지만 거기서 오는 목마름을 실물투자가 해소해준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인프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쪽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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