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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연휴도 집어삼킨 성난 부동산 민심

김기덕 기자I 2018.09.28 04:1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기간에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빠지지 않은 대화 주제는 역시나 부동산이었다. 그런데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밥상머리 단골 소재인 부동산에 대한 반응이 올해는 조금 달랐다.

“누구네는 올해 초에 서울에 집을 사서 벌써 3억원이 넘게 올랐다는데 우리 집은 왜 안 오르냐.”, “지난해부터 이사할려고 점찍어 놓은 집이 있었는데 대출도 막히고 최근 몇개월 만에 수억원이 올라 결국 포기했다. 도대체 서울 어디에서 집을 구해야 하냐.”, “집이 한 채인 사람도 세금을 세게 물린다는데 언제부터 얼마나 오르냐”는 등이 주요 대화거리였다.

친척들 중 결혼을 안 했거나 아직 내 집 마련을 못한 30~40대는 ‘서울 집 갖기 포기’를, 50~60대 이상으로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가 가까워진 중장년층은 ‘세금(종부세·재산세) 폭탄’에 대한 두려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공통점은 딱 하나. 모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가족이나 친지들은 추석 직전인 지난 21일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공급 대책은 아예 관심 밖이거나 내용을 전혀 알지도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9·21 대책에는 서울지역 내 공공주택 예정 후보지 11곳 중 9곳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사전 협의가 안돼 백지상태로 발표할 만큼 허술하고 성의없었기 때문이다.

추석을 한달여 앞두고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총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8·27, 9·13, 9·21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집을 한 채라도 보유한 중산층은 늘어날 세금을 걱정하고, 집이 없는 서민은 이미 치솟은 집값에 내 집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 와중에 발표된 공급 대책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내년 설 명절에는 불만과 불신보다는 따뜻하고 희망적인 부동산 이야기가 오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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