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음이 콤플렉스"라던 '괴물' 박은태

양승준 기자I 2014.03.17 07:06:00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주역 꿰차
사람서 괴물로 변하는 극적 캐릭터
연기하고 나면 한바탕 몸살 앓아
노래의 힘 키우려 8년째 성악수업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로 나오는 배우 박은태는 “처음에 캐릭터 콘셉트를 잡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관절을 쓰지 못하는 느낌’ ‘괴물이 처음 태어났을 때의 소리’까지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2001년 강변가요제 동상. 자신감을 얻은 야채가게 아들은 대학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가수의 꿈을 키웠다.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꿈이었다. 5년간 별 소득 없이 기획사에서 청소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딱하게 생각하더라.” 대학 전공(한양대 경영학)을 살리지 못하고 고생하는 그를 향해 한숨이 쏟아졌다. 그런데 놓칠 뻔했던 꿈에 봄은 왔다. 2006년 뮤지컬 ‘라이온킹’ 앙상블(보조출연자)로 기회를 잡았다. 바로 이듬해 ‘노트르담 파리’에서 비중 있는 역인 그랭구아르 역을 낚아채더니 2010년에는 ‘모차르트!’에서 주연으로 성장했다. 맑은 고음 소화력이 빛을 본 덕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3옥타브 G(솔)까지 소화한 ‘겟세마네’가 유명하다. 뮤지컬배우 박은태(33)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속 박은태(사진=충무아트홀).
이런 그가 요즘 툭하면 눈물을 쏟는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5월 1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때문이다. “첫 런 스루(전막연습) 때는 엉엉 울다가 연습이 중단됐다.” 박은태는 “연기를 하고 나면 오한이나 몸살이 와 고생할 정도”라고도 했다. 이유가 있다. 박은태는 사람(앙리 뒤프레)에서 괴물로 변하는 극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괴물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게 그의 말.

영국작가 메리 셜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1818)가 원작인 뮤지컬은 신이 되고 싶은 인간과 인간을 동경한 괴물의 갈등을 그린다. 특히 괴물의 분노와 슬픔에 집중한다. “자신(괴물)을 만든 아버지가 계속 핍박하고 멸시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 절망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유일하게 어루만져 준 엄마 같은 여인(카트린느)까지 짓밟힌다. 들여다보면 괴물이 사람 같고 사람이 괴물 같다.” 박은태는 괴물의 고통을 몇분이나 토로했다.

이뿐이 아니다. “목도 걱정”이란다. ‘지저스…’와 비교해 “더 큰 숙제를 만난 것 같다”고 했다. 괴물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2막 ‘난 괴물’을 시작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격해지고 고음의 노래가 쏟아져서다.

‘미친 고음’을 얻은 비결은 따로 있다. 끊임없는 연습이다. 박은태는 “어려서 콤플렉스가 고음이었다”며 웃었다. 데뷔 전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 음이 높은 노래를 부르면 ‘삑사리’를 많이 냈다. 그 탓에 저음이 돋보이는 김동률 노래를 주로 불렀다. 노래의 힘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게 성악수업이다. 올해로 8년째. 보통 노력이 아니다. 일본 공연이 있던 한 달을 빼고 한 주 1~2번씩은 꼭 수업을 받는단다. 인터뷰하던 날도 오전에 성악수업을 받고 오는 길이었다. “목소리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다. ‘모차르트!’ 등을 하면서 결절이 두 번 왔다. 그땐 죽고 싶더라. 불안해서 목 풀어주는 약을 먹고 무대에 올랐으니까. 목소리는 쓰면 쓸수록 상한다. 하면 할수록 살이 붙는 연기와 다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성실한 배우다. 그런 그가 ‘괴물’이 될 때는 언제일까. 박은태는 “아내 앞”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아내는 그룹 파파야 출신 고은채.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질 때가 있는데… 아내에게 고맙다. 목 관련 약을 끊은 것도 아내 덕분이고.” 돌이 된 딸과 아내 얘기를 꺼내자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따뜻해졌다. 팬들 사이 ‘은언니’라 불리는 박은태다. “그간 곱고 여린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팬들이 그렇게 불렀는데 이젠 바뀌지 않을까. 이번 역할이 워낙 강한 남성성이 부각되는 작품이니까. 내게도 큰 도전이 될 것 같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속 박은태(사진=충무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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