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허웅의 '아임 해피'에 담긴 메시지

정철우 기자I 2011.08.07 09:35:25
▲ SK 포수 허웅이 6일 문학 KIA전서 승리한 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정대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SK 포수 허웅은 요즘 생애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때 유망주로 불리기도 했지만 결국 자리를 잡지 못해 방출. 상무 입대마저 불발되며 현역병으로 복무해야 했고 제대 후엔 호프집을 운영하기도 했던 그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고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신고선수로 SK에 입단하게 된 사연 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젠 그저 화제의 주인공에 그치지 않는다. 허웅은 최근 3경기 연속 SK의 안방을 지켰고 팀은 그 경기를 모두 이겼다. 3경기 평균 실점은 단 1점에 불과하다.   허웅은 6일 문학 KIA전 승리 후엔 방송사의 수훈선수 인터뷰까지 했다. 그리고 참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말을 남겼다.   "꿈이요? 그냥 (문학구장의)저 자리(홈플레이트 뒤)에 꼭 한번 서 보고 싶었어요. 요즘은 매일 "아임 해피", 아~행복하다. 이러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의 미소로 수줍게 투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그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슬몃 미소 짓게하는 소감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가 함께 떠올랐다.   "야구는 너무 힘들어요. 꼭 이겨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도망가고 싶을때가 많습니다. 이젠 정말 즐기면서 야구하고 싶어요. 자식이요? 절대 야구 안시킬겁니다. 너무 힘드니까요."   시간과 장소, 말한 사람은 모두 달랐지만 선수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많이 들어봤다.   야구는 참 어려운 운동이다. 성공률이 3할만 돼도 칭찬받을 수 있는 이놈의 스포츠는 늘 7할 이상의 실패와 맞닥뜨려야 한다. 실패가 가져오는 마음의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야구를 잘하면 잘할수록 고통은 심해진다. 아무리 잘해도 성공률 보다 실패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거대한 장벽과 마주서야 하는 탓이다. "이젠 야구를 즐기면서 하고 싶다"는 말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수 없이 많은 싸움에서 패한 뒤 내뱉는 자조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야구를 즐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그 답을 허웅이 제시한 것인지도 모른다. 야구가, 그리고 승리가 절실하다면 그라운드에 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쁨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1군 선수들이 서 있는 그 무대는 수 없이 많은 무명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언제까지나 그저 서 있는 것 만으로 만족할 순 없겠지만 싸워 볼 기회를 잡는 것 자체만으로도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즐기는 야구는 야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을 때 진정 야구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허웅은 말하고 있다.   허웅 역시 언젠가는 벽에 부딪힐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그의 미소도 영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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