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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국제결혼·다문화 컨트롤타워 설립해야"…'관료 OB' 윤증현의 고언

이지은 기자I 2023.07.21 05:00:00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서 방문규 국조실장에 당부
"재외동포청보다 국내가 급해…이민 먼저 다뤄야"
"3대 개혁에 '의료' 더해야"…의대 정원 확대엔 '낙관'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이민과 국제결혼, 다문화 가정 등을 통합 관리할 컨트롤 타워를 설립해야 한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방문규 기획조정실장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한국의 인구 절벽을 막을 대안인 이민 정책을 총괄할 범정부 조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윤증현 전 기재부장관
◇ “재외동포청보다 이민청이 더 급했는데...”


방 실장은 이날 강연자로 나서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위기 속 외국인력 활용의 필요성은 이날 주요 화두였다. 방 실장은 “외국인력은 현재의 일시적인 일자리 미스매치 때문이 아닌, 저출산 문제로 인해 구조적으로 신규 노동시장에 투입되는 것”이라며 “하반기 중 법무부가 이민정책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 0.78명으로 드러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1~3월)은 0.81명으로 지난해(0.86명)에 이어 1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다시 썼다. 200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어 고령사회에 들어섰던 한국은 어느덧 2년 뒤에는 이 비율이 2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돼 초고령사회 진입이 가시화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 성장의 장기적인 리스크는 인구 통계학적 압력이 심화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5년 이후 약 2.0%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인구 쇼크’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포용적 이민 정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 산하에 이민청을 신설하고 이민 문제와 관련한 각종 정책을 조율할 관제탑으로 삼으려는 논의가 진행돼왔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 11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외국인·이민제도 정책 소통 간담회에서 “외국인 인력 문제를 유연하고 체계적인 정책을 운용한다면, 지역 발전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 전 장관은 “이민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데, 이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었다”며 “최근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재외동포청이 신설됐는데, 사실 순서를 따지면 국내가 더 급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현재는 외교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에 각 부처에 기능이 흩어져 있다”며 “이민청이 됐든 이민국이 됐든 각 부처의 기능을 통합해 인구 문제를 관리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실장은 이민 확대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이민청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외동포청은 750만 재외동포들 문제 지원 위해 먼저 만들어졌는데, 순서만 보면 이민 문제를 다루는 기관을 먼저 만드는 게 맞지만 여야가 합의하기 쉬운 순서로 정부조직법 개편이 이뤄졌다”며 “정부도 이민정책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에 ‘의료’ 더해야”…의대 정원 확대엔 ‘낙관’

윤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에 더해 ‘의료개혁’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특히 현재의 의사 부족 문제가 국민의 의료 수요를 반영하지 않고 의대 정원을 제한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수 인력들이 전부 의대로 몰리고 있는데 2006년부터 2058명으로 정원을 묶어두고 18년째 의사 수를 하나도 안 늘리고 있다”며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비교우위를 가질 만한 분야가 의료인데, 의료 산업을 키우고 국제화하려면 이 부분에 대해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냈던 방 실장은 의료계의 책임을 꼬집으면서도 최근 정부가 진행한 정원 확대 논의를 토대로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방 차관은 “의료계에 우수 인재가 많이 간 건 문제가 아니고, 배출된 우수 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쳐서 산업을 발전시키고 우리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는 아웃풋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런 성공사례가 별로 없었다 보니 의사 수가 늘어나면 자기 몫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건데, 현재는 논의가 많이 진행됐고 곧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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