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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극복 도움되는 재정부양…현 시점선 효과 제한적"

김형욱 기자I 2023.06.21 05:00:00

[PERI 심포지엄 2023]
美석학 아우어바흐 버클리대 석좌교수 韓에 제언
"각국 공공부채 정부 무관심속 증가…안정시켜야"
이철인 재정학회장 "꼬인 재정 정책 바로잡을 때"
방기선 차관 "재정건전성 최우선 세제 개편할 것"

[이데일리 김형욱 황병서 기자] 각국 정부의 재정 부양이 경기침체 상황에선 도움이 되지만 현 시점에선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미국 석학의 제언이 나왔다. 미국 정부의 공공부채가 정부의 무관심 속에 늘어나는 동안 미국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 역시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알란 아우어바흐 버클리대학교 석좌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페리(PERI) 심포지움 2023‘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알란 아우어바흐 미국 버클리대 석좌교수(미 조세정책연구소장)은 정책평가연구원(PERI, 원장 안종범)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한 ‘정책평가, 새 지평을 열다’ 심포지엄에서 “정부의 재정부양책은 국가의 경기침체를 안정화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그 사이 미국 재정 여건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거쳐 지속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공공부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이미 100%를 넘어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육박하는 수준이고 30년 내 200%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정부는 이에 무관심한 가운데 지출 확대에 나서며 2053년까지의 부채비율 전망치는 더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관 출신인 아우어바흐 교수는 최근 논문을 통해 미국의 재정지출 정책과 그 영향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이뤄진 최근 재정 부양책은 고용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줬을 뿐 빈곤이나 분배 등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이런 가운데서도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고자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그의 우려 섞인 분석이다.

부채비율이 230%에 이르는 일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히로 이호리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나쁜 재정 상황을 만회하고자 2025년까지 흑자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현실적으론 그 목표를 2030년까지 늘려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투자자는 정부가 재정 건전화 목표를 달성할 의지가 없다고 느낄 것이고 일본 정부 채권 신뢰도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사회보장 대상은 늘어나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서 세금을 늘리지 않는 이상 정부의 재정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 노령층에 대한 사회보장은 줄이고 소득세율 등은 올리는 등 공공 재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알란 아우어바흐 버클리대학교 석좌교수, 도시히로 이호리 일본국립정책연구대학원 교수, 이철인 서울대 교수,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페리(PERI) 심포지엄 2023‘에 참석하고 있다.
이철인 한국재정학회장(서울대 교수)는 이 추세라면 한국 역시 미·일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우리도 두 석학의 제언대로 재정 건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미일 등 주요국이 공통적으로 정부 지출을 늘리고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전례 없는 재정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비상 상황에서 정부기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출산 고령화와 부의 불공평 심화 등 환경의 변화에 맞춰 꼬여 있는 현 재정 정책을 바로잡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 역시 “지난 정부 출범 때 600조원이던 재정적자가 정권 말 1000조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 역시 과거 10년간 30% 안팎에서 움직였는데 50%에 육박하는 상황”이라며 “부채비율이 미·일보다 낮다지만 우리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채권을 무한정 발행해 부채비율을 늘릴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무리하게 증·감세하지는 안되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세제 개편에 나설 것”이라며 “재정준칙 역시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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