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의 이게머니]코로나 전보다 외출 더 늘었다…거리두기 풀리면 소비폭발

최정희 기자I 2021.06.20 08:00:00

성인 4명 중 1명 '백신 1차 접종' 완료
공원·대형마트 이용, 코로나 직전보다 활발
작년 가계순저축률 11.9%..21년만에 최고
올 민간소비 증가 2.5%, 상향 조정 가능성

서울 반포한강공원일대에서 시민들이 그늘밑에 텐트를 치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내수 소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이달 들어 수직 상승하고 있다. 접종 속도가 빨라지자 구글이 내놓은 한국 이동성 지수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7월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완화될 경우 소비 증가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작년 가계순저축률이 11.9%로 21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만큼 소비로 이어질 가계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백신 접종률 상승→민간소비 증가’가 향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부 또한 재난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대체휴일 3종 세트를 동원한 경기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사진=연합뉴스/AFP)
*1차 접종, 2020년 12월말 주민등록 인구 5134만9116명 기준 출처: 질병관리청
◇ 접종률 수직 상승, 민간소비 회복 속도 빨라질 듯


19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1차 접종을 완료한 인원은 총 1476만8365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동안 신규 접종 인원만 50만7319명이다. 따라서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 기준 인구 대비 접종률은 28.8%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여전히 400~600명선을 오가고 있으나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코로나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은 크게 완화된 상태다. 구글 이동성 지수는 코로나19 발생 직전보다 더 높아졌다. 이동성 지수는 구글맵 등을 활용해 코로나19 이후 생활 변화를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1월 3일부터 2월 6일까지를 기준점으로 공원, 대형마트 등의 방문객, 방문시간 등을 지수화한 결과 공원은 이달 13일(7일 평균치) 이동이 48% 늘어났고, 대형마트 등은 25% 증가했다.

대중교통과 일터 등은 약 2%씩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작년 1월 20일 나왔고 2월 6일까지 23명밖에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동성 지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경제활동은 더 가파른 속도로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고위험군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코로나19 치사율이 낮아지고 의료시스템 여력도 확보돼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완화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집단면역 달성 이전에라도 경제 활동이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이동성 지표가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진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구글 이동성 지수(출처: 아워월드인데이터)
외부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은 대면서비스업 업황 개선, 소비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7월초부터 ‘5인 이상 모임 제한’이 풀리는 등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민간소비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월과 4월 소매판매가 전월비 각각 2.3%씩 증가할 정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5월 역시 백화점(전년동월비 17.3%), 할인점(6.8%), 온라인 쇼핑(48.4%) 등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증가했다. 카드 국내승인액도 6.8% 증가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4월 276.3% 증가한 데 이어 5월에도 131.4% 늘어났다.

돈을 쓸 실탄도 충분하다. 작년 가계순저축률(순저축액을 순처분가능소득 등으로 나눈 비율)은 11.9%를 기록, 외환위기였던 1999년 13.2%를 기록한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펜트업 (Pent-up·보복) 소비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재난지원금도 소비 증가에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전망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2.5%는 너무 보수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고용 부진 완화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 펜트업 소비 가능성, 재난지원금 및 정부의 각종 소비 지원 정책 효과 등을 고려하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2.5%는 보수적인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올 상반기에는 민간소비가 1.0%(전년동기비) 증가하지만 하반기엔 4.0%, 내년 상반기엔 4.7%로 증가 속도가 빨라진 후 내년 하반기 2.3%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기획재정부)
◇ ‘델타 변이’ 확산·車 판매 석달째 감소..“걱정할 정도 아냐”


백신 접종률 수직 상승하지만 영국 사례를 고려하면 ‘델타(인도)’ 등 변이바이러스는 조심해야 할 변수로 떠오른다. 영국은 백신 접종률이 80.1%(17일 현지시간 기준, 1차 접종)에 달하지만 감염 속도가 빠른 델타 바이러스 습격에 일일 확진자 수가 2월 이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경제 봉쇄 해제 조치 계획을 연기하는 등 여전히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델타 바이러스 누적 확진자 수는 155명(15일)으로 전체 변이바이러스(1964명) 중에서도 7.9%에 불과,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판매가 5월 전년동월비 17% 감소하는 등 석 달째 줄어든 것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이 4월 4만대 이상 차질을 빚은 데다 5월도 자동차 공장의 휴업·생산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최근 BOK이슈노트를 통해 “올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우나 국내 완성차 생산 차질이 3분기에는 완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밝혔다. 한 금통위원도 “자동차 등 일부 제조업의 생산 차질 문제는 올해 성장에 부정적이더라도 내년에는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