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급등 억제 칼 뺀 ECB…채권 매입 속도 높인다(종합)

김정남 기자I 2021.03.12 03:10:47

ECB, PEPP 통해 채권 매입 속도 높인다
최근 장기국채금리 급등 대응 칼 빼들어
라가르드 "경제 회복에 있어 리스크 요인"
ECB 조치 후 분트채 -0.33% 안팎 안정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금리 급등에 칼을 빼들었다. 올해 2분기 채권 매입 속도를 확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는 다른 행보여서 주목된다.

ECB는 1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현행 0.00%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2분기 팬데믹 긴급매입 프로그램(PEPP)의 채권 매입 속도를 1분기보다 상당히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PEPP의 매입 규모는 내년 1분기까지 1조8500억유로(약 2500조원)로 유지하되, 매입 속도는 일시적으로 높이기로 한 것이다.

ECB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독일 국채인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0.5750%에서 출발했는데, 지난달 말 장중 한때 -0.2% 벽을 뚫고 올라갈 정도로 고공행진을 했다.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흐름에 맞춰 급등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그간 “국채금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고, 이날 시장 예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장기국채를 중심으로 채권을 집중 매수하면 금리 급등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AFP통신은 “인플레이션은 금리 상승을 야기해 유로존 경제의 회복을 방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ECB는 “자금 조달 여건이 조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연하게 채권을 매입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매입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채권금리 상승은 경제 회복에 있어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올해 들어 금리 상승은 전반적인 자금 조달 여건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추세가 상당한 수준으로 지속하면 경제 모든 부문의 자금 여건이 조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ECB는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은 월 200억유로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을 통한 유동성 공급 역시 지속하기로 했다.

이는 연준이 국채금리 급등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것과 대조돼 관심이 모아진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인내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CB의 조치에 금리는 안정화하고 있다.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0.33%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편 이날 ECB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5%로 기존 대비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4.0%로 올렸다.

11일(현지시간) 장중 독일 국채인 분트채 10년물 금리 추이. (출처=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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