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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부회장 뿐만 아니라 재계에는 오랫동안 CEO로 일하는 ‘경영의 달인들’이 있다. ‘직업이 사장’인 이들은 권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소속 그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직원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렇다면 재계에는 누가 있을까? 이데일리 조사결과 국내 30대그룹 주요 계열사(금융사 제외) 대표이사 가운데 16명이 10년 이상 최고경영자를 역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가운데는 LG가 권부회장을 포함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21년), 박진수 LG화학 부회장(16년) 등 3명으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차 부회장은 해태제과 사장 등의 경력을 포함하면 무려 21년간 최고경영자로 현장을 누비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다른 그룹을 보면 박준형 효성화학 사장(20년),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18년), 신세계 계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이석구 사장(17년)도 ‘직업이 CEO’로 불릴 정도로 장수 경영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SK와 롯데를 대표하는 조기행 SK건설 부회장(11년),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12년)도 10년 이상 자리를 지키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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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장수 CEO 비결로는 전문성이 꼽힌다. 특히 기업경영의 핵심이자 리스크 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무적인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거나 공대 출신으로 현장경영에 능통한 인물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영수 부회장의 경우 LG 내에서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평가받는데 그룹 내 세부적인 경영현황 파악과 투자조율에서 특기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기행 SK건설 부회장과 석태수 대한항공/한진칼 부회장(11년)도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다.
‘현장경영의 달인’으로 불리는 공학 전공 엔지니어들이 대거 장수 CEO에 포진한 것도 전문성과 관련이 깊다. 16명 가운데 6명이 공대에서 화학공학 등을 공부한 공학도 출신이다. 박진수 부회장, 허수영 부회장, 정성립 사장, 박준형 사장 등은 모두 공대 출신으로 전공을 살려 한우물을 파온 생산현장 전문가다. 박 부회장, 허 부회장, 박 사장 등 세 사람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요즘 기업경영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장수 CEO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소통능력이다.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13년)은 자타가 공인하는 소통의 달인이다. 박 사장은 평소 “사업 전에 먼저 친구가 돼라”는 말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권 부회장은 “모든 일의 주체는 사람”이라며 직원들을 잘 챙기고, 허수영 부회장도 현장통이면서 소통에 뛰어나다. 이석구 사장은 주 2회씩 현장경영에 나서 직원이나 고객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 자료를 보면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급 평균 임기는 2.5년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조사결과 CEO 재임 기간과 영업이익률이 정비례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찬우 경영컨설턴트는 “선진국을 보면 10년, 20년을 재임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며 “장수 CEO인 경우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을 바탕으로 회사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나올수록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