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철도여행의 즐거움을 기록한 여행에세이다. ‘오기사’란 필명으로 여행서를 여럿 펴낸 저자가 이번엔 프랑스 파리에서 기차로 출발해 독일·폴란드·벨라루스·러시아·몽골·중국을 거쳐 대한민국 서울역에 이르기까지 아홉 나라의 국경을 넘는 대륙횡단 여정에 나섰다. 담백한 글과 섬세한 지도그림, 일러스트와 사진으로 철도여행의 매력을 전한다.
저자는 12일간 1만 2000㎞에 가까운 길을 달리며 국경을 넘었다. 이 과정에서 겪은 일을 때론 건조하게, 때론 풍부한 감성으로 기록했다. ‘훌륭한 맥주가 2종류나 되는데 왜 한 병만 사느냐’며 따졌던 벨라루스 상인이나 ‘좋은 사람임을 숨기고 싶어 일부러 화내는 것 같은’ 러시아 차장도 만났다. 중국 입국심사를 앞두고는 거사를 위해 기차를 타고 만주로 가던 안중근 의사의 떨리는 심정이 떠올랐단다.
페이지마다 세밀하게 그려낸 국경도시의 기차역과 지도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인생의 지도’ 현실판을 보는 듯하다. 저자는 “리모컨만 괴롭히다 우연히 멈춘 화면처럼 형체가 없는 시간의 일부를 공유하고 싶었다”며 ‘여행은 역시 기차’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철도의 숨은 매력을 더 알게 될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