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 부담됐나…SK케미칼·금호석화 환원책 제시

김윤지 기자I 2022.03.23 05:33:00

표 대결 앞두고 자사주 매입 발표
제안 부결됐지만…"절반의 성공"
"일회성 아닌 지속돼야…지켜볼것"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주주 가치 제고를 외치는 목소리가 늘어나면서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표 대결을 앞두고 앞다퉈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배당성향 등 주주환원율을 미국과 같은 금융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부족하지만, 점진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케미칼(285130)은 23일부터 9월 22일까지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끌어올리고 중간배당 시행을 추진하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으며, 주당 0.5주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시행하기도 했다.

5개월 만에 다시 ‘당근’을 제시한 것은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관 투자자들의 거세지는 주주행동 영향으로 풀이된다. 안다자산운용, 싱가포르 행동주의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 등은 SK케미칼이 핵심 사업이었던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물적 분할로 가치가 훼손됐다면서 공개 주주 서한 등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3월 18일 상장해 이날까지 약 1년 동안 11.54% 상승했지만 SK케미칼은 같은 기간 42.03% 하락했다.

특히 안다운용은 지난 15일 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권유 제안을 공시, 제1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제3호 ‘이사 선임의 건’, 제5호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에 대한 반대 투표를 예고했다. △회사가 의안으로 상정한 배당금 약 587억원은 당기순이익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사내이사 전광현의 재선임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사장직을 겸직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며 △소수주주의 손실이 큰 상황에서 사내 이사 평균 연봉이 10억원을 훌쩍 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사주 소각에 투자 계획도…“절반의 성공”

오는 25일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금호석유화학(011780)도 같은 날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약 6개월간 소각 목적의 1500억원 자사주 매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현재 주가 부진의 이유는 미흡한 주주친화 정책에 있다”고 연일 지적하자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낸 셈이다. 박철완 전 상무는 배당성향 확대,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주주제안으로 경영권에 도전하고 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 제안에 나섰던 토비스(051360) 역시 주총을 앞두고 지난 18일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향후 3년 동안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최대 30%를 주주 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알리면서, 22억원 규모 자사주 30만주 소각 결정을 공시했다. 370억원 규모 신규시설 투자 계획도 알렸다. 다음 거래일 상승 폭 일부를 반납했으나, 해당 공시 영향으로 당일 일간 수익률은 5.53%에 달했다.

지난 21일 주주총회 결과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그럼에도 그동안 주주와 소통이 거의 없었던 회사가 움직였다는 점에서 차파트너스운용 측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차파트너스운용 관계자는 “주주환원책이 제안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앞으로도 주주 가치를 신경쓰겠다고 밝힌 만큼 지속성에 방점을 찍고 모니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주주행동이 성공적이라고 볼 순 없다. 본격적인 주총 시즌에 돌입하면서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에스엠(041510)은 주주총회 안건 확정을 위한 법정 시한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2개의 주총 안건을 추가해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31일 주총에서 신규 감사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이 예상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측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발행할 의도”라면서 추가 안건에 대해 “주주제안 무력화 등 대주주 지배권 강화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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