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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 "'빈센조'→'낙원의 밤', 새 얼굴 발견에 행복하죠" [인터뷰]①

김보영 기자I 2021.05.04 08:00:00

'낙원의 밤' 마지막 10분, 재연 役 선택 결정적 계기
"신세계→마녀 보며 박수…박훈정 감독 믿음 있었다"
리듬감 중요했던 '빈센조'…해외팬 반응 실감

배우 전여빈. (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독보적인 개성으로 어떤 작품에서든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 올 상반기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으로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최근 tvN 드라마 ‘빈센조’까지 화려히 마치며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퀸으로 급부상한 전여빈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2015년 영화 ‘간신’의 조연으로 늦깎이 데뷔한 그는 장르와 비중을 가리지 않고 여러 작품을 통해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그가 처음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8년 영화 ‘죄많은 소녀’에서 주연 영희 역을 만나면서다. 이 작품으로 여러 영화제의 연기상을 휩쓸며 슈퍼루키로 떠오른 전여빈은 2019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안방극장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올해 영화 ‘낙원의 밤’과 드라마 ‘빈센조’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대세 주연배우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굳혔다.

전여빈은 지난달 말 영화 ‘낙원의 밤’ 공개 기념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통해 ‘낙원의 밤’ 재연 역을 만난 소감부터 여성 누아르 캐릭터에 대한 생각, ‘빈센조’ 홍차영 캐릭터로 얻게 된 변화, 배우를 하며 느끼는 연기의 매력 등을 솔직담백히 털어놨다.

“재연의 마지막 10분, ‘낙원의 밤’ 택한 계기”

앞서 지난달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신세계’ ‘마녀’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이 호흡을 맞췄다. 전여빈은 시한부를 선고 받고 삶의 벼랑 끝에 선 여자 재연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특히 이 영화의 마지막의 10분, 조직 폭력배들을 향해 휘갈기는 재연(전여빈 분)의 폭주 총격 액션신은 120분 러닝타임인 이 영화의 사실상 백미였다는 폭발적 반응을 얻기도 했다.

전여빈은 이에 대해 “학생 때 누아르 영화를 재밌게 보면서 한편으론 나 역시 멋진 주인공처럼 총도 쏘고 전우애를 불태울 수 있을지 꿈꾼 적이 있었다”고 운을 떼며 “사실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땐 재연이가 맡은 역할이 그렇게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마지막 장면 대본을 읽은 뒤에서야 ‘아 이거지’란 생각이 들었고 놓칠 수 없겠다고 생각해 함께하게 됐다. 재연이의 반전 포인트, 이 마지막 반전 신이 이 영화를 택한 큰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박훈정 감독에 대한 신뢰 역시 작품 선택에 한몫했다고. 그는 “학생일 때 ‘신세계’를 봤다. 그 때 거기에 나온 사람이 내가 됐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마음이 들었다. ‘마녀’가 개봉했을 때도, 그 때가 아마 제가 한 ‘죄많은 소녀’가 나왔을 때와 비슷한 시기였는데 개봉 전 시사로 작품을 보며 구자윤이란 역할이 너무 흥미롭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며 “그 역할을 맡은 친구를 내심 부러워하기도 했고, 연기도 참 잘해서 박수를 치며 봤다. 그 기억들로 ‘낙원의 밤’ 재연이를 연기하면서도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낙원의 밤’ 재연의 마지막 10분 총격신에 대한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전여빈은 “총기를 잘 다뤄 화려해보일 수 있지만 사실 재연의 몸짓 자체가 그렇게 역동적이진 않다. ‘불타고 있지만 최대한 억눌러야 한다, 이 불을 최대한 억누르면서 최대한 한 곳으로 응축시켜 에너지를 뿜어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촬영에 임했다. 에너지를 제 손 끝, 총구에 향하게 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연습을 하며 노력하고, 배우로서 ‘할 수 있다’ 믿음을 가지다 보면 실제 몸에서 반응이 온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경험을 할 때가 있는데 마지막 신에서 그랬다. 재연의 입장에서 마지막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기에도 임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박훈정 감독님은 재연이가 몸이 아픈 아이이고, 사격 실력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 삼촌에게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이 무던히 노력해 얻게 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면서도 서툰 모습을 보이길 원하셨다”며 “한마디로 ‘언밸런스’한 상태를 원하셨다. 서울에서 사격장을 다니기도 했고 총기 실장님에게 자세를 따로 배우며 배역을 준비했다. 처음엔 총기 소리가 너무 크고 익숙지 않아 많이 놀라기도 했는데 연습을 하며 그 부분은 자연스레 해결이 됐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도 꾸준히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거의 원 테이크로 장면을 다 찍었다. 찍고 나서 너무 몸이 아팠다. 정말 많은 발의 총을 쏴야 했기에 나중에 손가락이 멍이 들었다. 반동을 너무 많이 이겨내야 하다보니 마지막 집에 갈 때쯤에는 팔다리가 후들거려 걷지를 못하겠더라. 다만 그만큼 촬영에 잘 임했다는 것이고 그 당시만큼 쏟아부었다는 방증이니 스스로서는 행복했다”고도 회상했다.

(사진=넷플릭스)
‘빈센조’ 땐 리듬감 구현 노력…주변 반응 감사해

‘빈센조’의 홍차영 역을 준비한 과정도 설명했다. 전여빈은 “차영 역할은 리듬감이 참 중요했다. 그만의 리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이 따로 말씀도 하셨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법한 기존의 근엄한 느낌의 변호사 이미지와는 달랐다”고 회고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여서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다른 호흡을 구현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대신 일상생활에서 차영이가 아버지에게 전투적일 때, 법정에서 전투적일 때 등 상황별 결을 다르게 하기 위한 포맷들을 많이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연기한 본인은 ‘낙원의 밤’과 ‘빈센조’의 인기, 화제의 중심에 선 자신의 위치를 실감하고 있을까. 전여빈은 “그전까지 ‘빈센조’ 촬영 때문에 바쁘게 현장을 오가느라 반응을 실감할 틈이 없었다”고 솔직히 답하면서도 “그래도 이번에 친구나 지인들이 ‘부모님이 봐주신다’, ‘친구의 친구가 본다더라’, ‘지인이 이렇다더라’ 주변의 소감과 반응들로 많은 연락을 줬다. 세상에 나온 내 작품을 이젠 전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구나 감정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저 감사하다”고 전했다.

다만 “해외팬들의 반응 같은 경우는 저 역시 실감하고 있다. 빈센조도 해외팬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유럽, 중동, 남미 등 다양한 국가에서 ‘낙원의 밤’이 넷플릭스에서 TOP10에 들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좋은 리뷰들을 많이 남겨주셨다고 해 감사히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낙원의 밤’ 이후 작품을 향한 언론 반응을 꼼꼼히 찾아봤다고 했다. 그는 “우선 ‘낙원의 밤’ 언론 시사 당시 하루에 걸쳐서 기사가 나갔을 때 관련 기사들을 다 찾아본 것 같다. 평론해 주신 글들을 다 찾아봤고 영화를 봐주셨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했다. 특히 기자님들이 ‘낙원의 밤’ 속 재연의 마지막 10분 장면에 관한 감상을 너무 인상적으로 잘 써주셔서 기사 페이지 하나하나 캡쳐해 저장해놨을 정도로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잠잘 때 빼고 캐릭터의 삶…새 모습 발견에 행복”

실제 본인과 ‘낙원의 밤’ 재연, ‘빈센조’ 차영과의 싱크로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여빈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동안은 잠자는 시간 빼고는 촬영 내내 그 캐릭터로 산다.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마저 장면 장면을 고민하고 생각하다 보니 분리할 수가 없다. 그 시간 만큼은 캐릭터에 많이 물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며 “때로 진짜 내 모습이 뭔지 궁금증도 들지만, 사람의 성격을 한 가지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누구랑 있을 때,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차영이를 만났을 땐 차영이의 모습을 극대화 시키고, 재연이를 연기할 땐 재연이에 집중하려 노력하는 만큼 어느 쪽이 비슷한지 비중을 따지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배역을 만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게 이 일의 매력이라고도 강조했다. 전여빈은 “스스로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놀라곤 한다.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색다른 음성과 표정을 보게 된다”며 “어떤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알지 못한 나란 사람의 다른 면을 발견했을 때, 내가 그린 캐릭터의 얼굴이 내 상상보다 좋게 나왔을 때가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또 “연기는 힘들지만 함께 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힘이 난다.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이 순간을 즐기며 모든 것을 내던져 임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그 때 행복하고 힘이 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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