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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 ‘본 어게인’과 ‘비긴 어게인’

박철근 기자I 2021.04.15 05:30:00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4·7 재보궐선거가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내홍(內訌)이 거세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소위 ‘문빠’, ‘대깨문’이라고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혈 지지층과 20~30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콘크리트 지지층 덕이었을까?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걷던 더불어민주당이었다. 하지만 이번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내 초·재선선의원 등 이른바 정치 신인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쇄신과 혁신이다. 영어로 표현한다면 ‘비긴 어게인’(begin again) 수준이 아닌 새로 거듭나야 한다는 ‘본 어게인’(born again) 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듯 하다.

하지만 당내 기득권층이나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이들을 두고 과거 ‘을사 5적’을 연상케 하는 ‘초선 5적’이라는 말까지 사용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가감없이 나타내고 있다. 초선의원들과 같은 정치신인들의 목소리를 묵과하려는 당내 기득권, 소위 정계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 없다.

그나마 당내 소신파로 분류하는 일부 의원만 초선의원들을 비판하는 일부 권리당원들에게 쓴소리를 하며 초선의원들의 주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정도다.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전 중의 하나가 ‘정관정요’다.

중국 당나라 태종이 신하들과 나눈 얘기를 정리한 저서인 정관정요의 교훈 중 하나는 누구나 리더에게 쓴소리를 서슴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리더는 그 쓴소리를 하나하나 달게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위 민주당의 지도층이 작금에 보이는 모습은 쓴소리를 달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혁신은 반드시 진통과 고통을 수반한다. 기득권과의 충돌이나 갈등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과 쇄신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 속에서 대화와 타협, 양보 등을 통해 최선의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야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에서도 초선 의원들이 재보궐선거 승리에 심취하지 않고 당내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의 선거를 보면 유권자들은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경우가 많다.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실망스럽지만 지지했던 진영에 실망을 했을 때 반대진영을 뽑는 식이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도 2030세대가 야권후보를 선택한 이유로 야권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여권의 실망감에 따른 반사선택이라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이는 현 정부가 출범할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옛 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당에 실망했던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는 과거를 잊어서는 안된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차기 대통령은 코로나19 이후 국민들의 삶을 회복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는다. 대외적으로도 심화하는 미·중간 갈등국면 속에서 정치·외교적, 경제적 실리를 모두 챙겨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본 어게인의 자세가 다시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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