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성능을 갖춘 제품을 찾는 행위),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찾는 행위), 욜로(한 번뿐인 인생으로 나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최근 일련의 소비 트렌드를 대표하는 말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살까? 이 질문에 최근 한 이커머스 업체는 ‘플렉스하는 자린고비’라는 모순적인 단어를 내놓았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쓰이는 신조어 ‘플렉스’(Flex)는 부나 고가품을 뽐낸다는 뜻이다.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는 ‘과감히 질러버렸다’와 같은 의미다. 그렇다면 탕진잼을 일삼는 ‘욜로’(YOLO)족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 2020 소비 트렌드의 특이점은 자린고비인 동시에 플렉스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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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는 1월 9일부터 16일까지 옥션을 방문한 고객 1915명 대상으로 ‘2020년 소비심리 및 소비 계획’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밝히며 이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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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어떤 품목은 플렉스 해버린다. 비싸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는 품목으로는 명품을 포함한 ‘패션·뷰티’(23%)와 ‘디지털·가전’(23%) 카테고리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어 식품(13%)과, 가구·인테리어(12%)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나눠보면 여성은 ‘패션·뷰티(명품)’(25%)을 꼽은 반면, 남성은 ‘디지털·가전’(28%) 제품을 선택했다.
이정엽 이베이코리아 마케팅본부장은 “비교적 단가가 낮은 필수구매 품목에 돈을 아끼는 대신, 프리미엄을 내세운 고가제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른바 ‘일점호화형 소비심리’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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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롯데멤버스가 발간한 2019년 ‘트렌드 Y 리포트’는 20대를 중심으로 평소 초저가를 구매하며 돈을 아끼지만, 명품에는 큰 돈을 쓰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확산한 것으로 분석했다. 엘포인트 거래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대가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건수는 지난 2년새(2017년 3분기와 2019년 3분기 비교) 7.5배가 늘었다.
20대는 주로(26.7%)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명품 정보를 얻고 있다고 응답했다. 명품을 구매한 20대는 SNS를 통해 인증 사진을 올려 자랑한다. 이를 본 또 다른 20대가 정보와 구매욕구를 얻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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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060세대도 새로운 플렉스 부대로 부상하고 있다. 절약을 강조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고도의 경제성장을 경험했던 이들은 쇼핑과 여가생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외 8명이 집필한 ‘트렌드 코리아 2020’는 ‘58년 개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한중간으로 올해 만 61세로 연금수급자가 된 이들은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고 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지난 11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20년 한국의 50대, 60대가 굉장히 중요한 소비층으로 부각될 것으로 본다”며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던 세대라 소비를 좋아한다. 특히 레저, 관광, 여가 쪽에서 큰손이다. 여행도 좋아하고 의외로 충동구매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