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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가구 입주 앞둔 강동구…집주인-세입자 '동상이몽'

김용운 기자I 2019.03.27 04:00:00

전셋값 밀당에 거래는 한산
"6월 입주부터 집주인들 잔금 부담
전세매물 쏟아져 가격 떨어질 것"
전문가 "그라시움 입주 한두달내 가장 쌀듯"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올해 아파트 1만1000여가구가 입주하는 서울 강동구에서 부동산 투자자(집주인)와 실수요자(세입자)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입주가 가까워질수록 싼 전세 매물이 쏟아질 것을 예상하는 전세입(예정)자들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집주인들이 계약시점을 저울질하면서 봄 이사철 성수기인데도 거래가 미진하다.

◇ 2021년까지 1.4만여가구 입주…느긋한 전세입자

강동구는 오는 6월 입주 예정인 명일동 ‘래미안명일역솔베뉴’(1900가구)를 시작으로 9월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이 입주민을 받는다. 12월에는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와 ‘고덕롯데캐슬베네루치’(1859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강동구의 입주 릴레이는 올해로 그치지 않는다. 2020년 9월에는 ‘고덕센트럴푸르지오’(656가구)가 입주를 하고 ‘고덕자이’(1824가구)는 2021년 2월에 입주민을 받는다.

새 아파트 입주가 줄줄이 계획돼 있어 강동구에 전세를 구하는 수요자들의 마음은 느긋한 편이다. 인근 송파구 헬리오시티처럼 대단지 아파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집주인들이 다급한 마음에 전셋값을 낮추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새 아파트 입주가 다가오면서 기존에 지역을 대표하던 아파트 전셋값은 떨어지는 추세다. 고덕동의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의 전용면적 84.9㎡타입 아파트는 지난해 로열층 전세 시세가 7억원에 근접했지만, 현재는 대출을 낀 경우 5억원대 초반 전세도 있다”며 “그런데도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현장(사진=김용운 기자)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658가구의 고덕동래미안힐스테이트가 입주하던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고덕동의 아파트 전세거래 건수는 808건이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세거래 건수는 544건으로 줄어들었다. 재계약 기간이 도래하면서 갈아타기하는 전세입자보다 2년 더 연장하며 눌러앉은 수요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낮추는 분위기도 아니다. 고덕동의 B공인중계소 관계자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아파트는 2년 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50% 수준이었다가 작년에 60%대로 고점을 찍은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크게 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계약 시점에서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와 원만하게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를 산 투자자들도 아직은 그리 다급하지 않은 모습이다. 입주까지는 아직 3개월 여유가 있는 데다 여름철이 되면 부동산시장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명일동의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강동구는 올해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신규 아파트 입주가 많지만, 전셋값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집주인들과 싼 매물이 더 나오길 기다리는 실수요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밀고 당기기가 일어나면서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동구 고덕지구 고덕주공 재건축 현장(사진=김용운 기자)
◇중도금 대출 8000억원, 고덕그라시움 입주가 변수

하지만 오는 6월부터 고덕그라시움 잔금 납부가 시작되면서 한 차례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덕지구내 재건축 대장주로 꼽혔던 고덕그라시움은 분양 당시 일반분양자의 중도금 대출 규모가 약 8000억원에 달했다. 중도금 대출이 많았던 만큼 상환 압박을 느낀 투자자들이 입주와 맞물려 급매 전세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여기에 고덕지구보다 교통 등의 여건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둔촌주공 재건축(1만 2120가구)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둔촌주공의 분양이 향후 강동구의 아파트 시장을 흔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는 아파트가 투자상품이지만 재건축이 완공되면 실수요시장으로 전환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건축이 거의 끝난 고덕지구보다는 둔촌주공이 강동구에서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강동구는 올해와 내년 초 재건축 입주가 이어지면서 매매는 계속 약보합세, 전세는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전세를 노리는 실수요자는 그라시움 입주 이후 한두 달 사이에 매물을 찾으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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