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게보린 공동창업자 2세 홀로서기 '듀켐바이오'

박경훈 기자I 2018.05.17 00:20:35

김종우 듀켐바이오 대표, 암진단 등 방사성의약품 독보적
김종우 대표, 삼진제약 공동 창업자 2세…부친 영향 많이 받아
2000년대 벤처버블 시기 창업…실패
제약·대기업·중소기업 모두 경험 바탕으로 재창업

김종우 듀켐바이오 대표 인터뷰.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어린 시절, 아버지와 식사할 때면 으레 회사 이야기를 하시곤 했죠. 그땐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제약산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16일 서울 서대문구 듀켐바이오 본사에서 만난 김종우(51) 대표는 두통약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005500) 공동 창업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업체 일진제약(현 코스맥스바이오)을 창업한 김영배(82) 전 삼진제약 회장의 장남이다. 방사성의약품을 제조하는 듀켐바이오는 김 대표가 일진제약에서 일하던 2002년에 만든 회사다. 방사성의약품은 암 등을 진단하는 데 이용하는 조형제로 양전자단층촬영기기(PET-CT) 검사를 받기 전 주사를 통해 체내에 투여한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방사성의약품 사업에 착수한 것은 본인이 보유했던 일진제약 지분을 매각하고 독립에 나선 2010년부터였다. 듀켐바이오는 과거 표준화하지 않았던 방사성의약품과 관련,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획득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방사성의약품 원료로 사용하는 ‘산소-18(O-18) 농축수’ 공장을 준공하는 한편, 암에 이어 알츠하이머·파킨슨병 진단 등 방사성의약품 영역을 확장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매출액(연결기준)은 234억원이었다.

(그래픽=이서윤 기자)
삼진제약 창업한 아버지에게 ‘신뢰’ 배워

김 대표의 창업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건 아버지인 김영배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후 건풍제약 영업사원으로 입사,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다른 영업사원들은 병원 방문 자체를 미팅 횟수로 따졌다면 아버지는 반드시 의사를 만나야만 미팅한 것으로 간주했다”며 “그런 우직함과 신뢰로 아버지는 전국 1등 영업사원에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영업사원을 하며 모은 종잣돈으로 지인들과 삼진제약을 공동 창업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 어디를 가던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레 ‘사업을 해야겠다, 한다면 제약업을 할 것’이라는 꿈을 키웠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포스코(005490) 해외공채 1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포스코에서 대기업의 조직시스템을 배웠다. 이후 2000년대 초 벤처붐이 일자 퇴사한 후 지인들과 정보기술(IT) 기반 ‘제약 유통 플랫폼’ 업체를 차렸다. 하지만 그는 첫 창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는 “제대로 된 사업모델조차 정립이 안 된 상황에서 무모하게 도전했다”며 “값비싼 수업료를 치러야만 했다”고 돌이켰다.

김 대표는 2002년 일진제약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이곳에서 제약업계를 다시 한 번 바라볼 수 있었다. 그는 “일반의약품 시장은 주도권을 글로벌 제약사가 가지고 국내 제약사는 복제약을 만드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며 “당시 일진제약이 주력했던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기대만큼 큰 수준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김종우 듀켐바이오 대표 인터뷰. (사진=방인권 기자)
방사성의약품 시장 밝게 전망…창업 나서

그때 김 대표 눈에 들어온 것은 방사성의약품.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싹트기 시작한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글로벌 기업과 우리나라 업체와의 출발선이 큰 차이가 없었다. 때문에 그는 2009년 일진제약 지분을 정리한 후 듀켐바이오에 몰입했다.

첫 걸음으로 2010년 강원대병원에서 암진단 방사성의약품을 제조하던 업체를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양대병원, 칠곡 경북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에 방사성의약품 제조소를 잇달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암 진단 분야에 이어 알츠하이머·파킨슨병 진단으로 방사성의약품 영역을 넓히자고 결심했다. 그는 “2008년쯤 첫 번째 알츠하이머 진단 신약이 나왔다”며 “이후 GE헬스케어, 바이엘쉐링,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련 분야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진단 신약에 대한 기술 이전을 원한 그는 빠르게 GMP 인증을 얻는 작업에 나섰다. 설비 확충에도 박차를 가했다. 김 대표는 “알츠하이머 진단 신약 기술 이전을 위해 무작정 바이엘쉐링코리아 사장을 만나자는 약속을 잡은 후 프레젠테이션할 내용 5장을 준비해갔다”며 “당시 그 자리에서 ‘앞으로 글로벌 설비를 갖춘 넘버원 회사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당차게 드러냈다”고 돌이켰다.

그 결과 김 대표는 2013년 말 프랑스 리옹에서 바이엘쉐링 본사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GMP 인증 등 프레젠테이션에 담겨있던 내용을 4년 만에 사실로 만들었다”며 “신뢰를 얻은 결과 알츠하이머 진단 신약을 본격적으로 국내에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듀켐바이오는 현대아산병원과 파킨슨병 진단 신약 개발에도 성공했다.

2016년에는 방사성의약품 원료인 O-18 농축수 공장도 자체 확보했다. 현재 듀켐바이오의 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국내시장 점유율은 55%에 달한다. 하지만 내수시장을 선점한 알츠하이머·파킨슨병 진단부문은 90% 이상이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다.

김 대표는 “사업은 이제부터”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알츠하이머·파킨슨병 치료제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면 진단약 가치도 폭등할 것이다. 꾸준한 진단 신약 개발과 함께 5년 안에 매출 1000억원 돌파를 현실화할 계획이다.”

김종우 대표는

1967년생.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인디애나대(블루밍턴)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일진제약 대표를 거쳐 현재 듀켐바이오·듀켐바이오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