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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아파트가 좋아"‥강남, 편견을 깨다

박종오 기자I 2014.04.21 07:00:00

'작은 아파트가 분양 잘돼'
잠실주공 5단지 중소형 늘려
큰집 쪼개 작은집 두채 받는
'1+1' 재건축 단지도 등장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아크로리버 파크’ 아파트. 입지가 뛰어난 옛 신반포1차를 재건축해 이목을 끌었던 이 단지의 청약 접수 결과 최고 경쟁률을 보인 것은 소형 아파트였다. 전용면적 59㎡C 타입(15가구 모집)에 623명이 몰려 경쟁률 42대 1을 기록했다. 평균 청약 경쟁률(17대 1)을 2배 이상 웃돈 것이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59㎡형은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최고 5000만원 붙었다”며 “소득 수준이 높고 좋은 학군을 원하는 젊은 부부 등이 소형 아파트의 주 수요층”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서울 강남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소형을 덜 짓도록 정부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강남 요지에 작은 아파트를 기존보다 더 짓겠다는 ‘역발상’ 재건축 단지까지 나왔다.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대표 재건축 추진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는 전체 신축 물량의 78%를 중소형 아파트로 채울 계획이다. (사진=이데일리DB)
◇잠실주공5단지, 중소형 늘려 재건축

20일 서울시와 송파구에 따르면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1월 송파구청에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기존 15층, 30개동으로 이뤄진 낡은 아파트 3930가구를 최고 50층, 45개동에 7198가구가 들어서는 대단지로 신축하기 위해서다.

바뀐 정비계획안을 보면 중소형 아파트가 전체 4채 중 3채를 차지한다. 조합은 현재 76~82.5㎡(이하 전용면적)의 중형 위주인 단지를 향후 △60㎡ 이하 1434가구(19.9%) △60~85㎡ 이하 4162가구(57.8%) △85㎡ 초과 1602가구(22.3%)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85㎡ 이하 중소형 비율이 77.7%에 이른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잠실주공5단지는 신축 아파트의 60% 이상만 85㎡ 이하 중소형으로 지으면 된다. 하지만 이 아파트 조합은 자발적으로 중소형을 기준보다 훨씬 더 많이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권춘식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중소형을 원하는 조합원들이 많고 작은 아파트가 분양도 잘 되는 추세이므로 기존안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주택시장 전반에 불 붙은 중소형 주택의 인기가 강남권까지 세를 넓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서울에서 건설 인·허가를 받은 전체 주택(7만7621가구)의 63.7%(4만9452가구)가 60㎡ 이하 소형이었다. 2010년에는 전체의 48%에 그쳤지만 3년 새 그 비중이 15%포인트 이상 늘었다. 반면 85㎡ 초과 중대형은 지난해 전체 인·허가 주택의 9.7%로, 2010년(20.9%) 대비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두채 받는 1+1 재건축 확산되나

큰 집일수록 거래가 어렵고 집값도 많이 떨어지는 추이는 중대형 기피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의 85㎡ 초과 아파트값은 2~4% 가량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60㎡ 이하는 0.7~4.3%, 60~85㎡ 이하는 0.4~2.8% 올랐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옆 리센츠(옛 주공2단지) 아파트 124㎡형의 매매가는 이달 현재 13억3500만원으로 2010년 초(16억3500만원)보다 3억원 떨어졌다. 하지만 59㎡형은 7억2000만원에서 7억5500만원으로 3500만원 올랐다. 김정숙 대성리센츠공인 이사는 “재건축 뒤 124㎡형을 분양받은 옛 주공2단지 조합원들도 은퇴 뒤 소득이 줄고 자식까지 분가했지만 아파트 관리비와 세금이 비싸다보니 59㎡형으로 갈아타겠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큰 집을 쪼개 작은 집 두 채를 받는 방안을 추진하는 재건축 단지도 등장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가 그 대상이다. 이 조합은 재건축 정비계획안에 기존 42·59㎡형 외에 틈새형인 36㎡형을 추가하는 방안을 마련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권리가액(개발이익을 반영한 재산가액)이 많을 경우 큰 아파트 1채 대신 소형 아파트 2채를 분양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소형 주택 확대 움직임을 향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인근 개포공인 관계자는 “개포주공1단지는 지금도 정비계획상의 소형 아파트가 전체의 30%에 달한다”며 “조합이 소형 물량을 더 늘리겠다고 하자 주거 환경 악화 등을 우려한 조합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지역에서 중소형 공급 쏠림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양극화 현상을 빚어 중대형 아파트가 또다시 귀한 대접을 받는 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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