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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자금난 겪는 기업에 구원투수 자처하겠다”

지영의 기자I 2022.06.30 03:30:00

[자본시장 핵인싸] 황태영 메리츠증권 부사장
“기업과 상생, 비 올 때 우산 주는 금융사 될 것”
하이일드 시장 선점 나선다

[이데일리 지영의 김예린 기자]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기침체 그림자가 시장에 드리우고 있다.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 자금 조달이 막힌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는 상황. 성장가도를 달리던 건실한 기업도 이처럼 갑작스러운 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는 휘청일 수밖에 없다. 기업이 잠시 휘청이는 순간 지탱해줄 수 있는 것은 금융사의 파트너십이다. 바로 ‘비 올 때 우산을 내미는’ 자세. 메리츠증권의 황태영 부사장이 강조하는 투자 원칙이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마켓인, 황태영 메리츠증권 부사장 인터뷰
◇ “기업과의 상생이 메리츠의 철학”…시장 위기 속 함께 난제 푼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메리츠증권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황 부사장은 성공적인 금융의 기본 요건으로 기업과의 상생을 꼽았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투자자와 긴밀히 소통해 함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황 부사장은 “지금처럼 갑작스럽게 오는 소나기에 자금을 끊어 우산을 뺏으면 안 망할 회사가 거의 없다”며 “오히려 불황기에 적극 성장성 높은 기업을 돕고 호황기에 위험관리와 투자회수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부사장은 자산구조화에 정통한 전문가다. 금융의 역할이 제한적이던 시절, 크레딧스위스에서 근무를 시작한 황 부사장은 서울지점 지점장, 한국지사 대표를 역임하며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 관련 시장 확대에 일조했다. 금융 수요에 맞는 다양한 파생금융상품 창출 경험은 메리츠증권에서 맡은 구조화금융 업무에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그가 중시하는 투자전략은 솔루션 파이낸싱(Solution Financing)이다. 단순히 기업이 요구하는 자금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의 속사정을 상세히 듣고 기업분석을 진행, 미처 인지하지 못한 문제들까지 함께 끌어내 해법을 모색한다. 다른 그 어느 금융사보다 깊은 분석, 긴 호흡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는 것이 메리츠증권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A그룹사에 8000억을 지원했던 사례다. A사는 적극적인 사세 확장 및 해외 진출을 기획하던 중 금융시장 환경 변화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A사의 유동성 위기 앞에 적지 않은 금융사들이 리스크 대응을 내걸며 고개를 돌렸지만 메리츠증권은 달랐다. 메리츠증권과 황 부사장은 당장 처한 자금난 상황에만 주목하지 않았다. 해당 그룹사가 가진 브랜드와 상표권 가치를 비롯한 무형자산에 주목해 기업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당초 고객이 요구했던 자금인 5000억원보다 3000억을 더 지원했고, 대출 기간도 더 길게 잡았다. 정상화에 걸릴 시간과 자금을 계산한 결과였다. 메리츠의 자금 지원을 받은 A사는 유동성 위기를 넘겼고, 시장의 우려를 넘기고 일어서는 데 성공했다.

당시 투자한 이유에 대해 황 부사장은 “기업 경영진과 직원들의 열정과 청렴함도 함께 고려했다”며 “시간과 충분한 자금지원만 있다면 반드시 정상화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메리츠증권의 체계적인 솔루션 파이낸싱 지원을 받고 위기를 넘긴 기업만 여럿이다. 최근 수년 사이 진행한 핵심적인 딜은 국내 대형 중공업사에 7000억 규모 드릴십 유동성 지원, IT 개발그룹사에 2000억원 구조화금융, 호주 및 미국의 광산 천연자원 개발 투자 4000억원 등이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마켓인, 황태영 메리츠증권 부사장 인터뷰
◇ ESG 투자에 무게…하이일드 시장도 선점 나선다


투자에서 기업과의 상생을 중히 여기는 만큼,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무게를 둔다. ESG는 이제 메리츠증권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ESG 가치를 저해할 기업은 메리츠증권의 투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인도네시아 팜농장을 보유한 회사, 최저임금 이하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 등은 고배를 마시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황 부사장은 기억에 남는 투자 사례 중 하나로 인도 뭄바이의 도시재생 개발사업을 꼽았다. 메리츠증권은 인도 현지 금융기관과 협업, 도시재생과 주거시설을 확대하는 대형 사업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부동산금융에 강점이 있는 메리츠증권의 노하우가 개발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큰 보탬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부사장은 “좋은 기업과 기업가를 찾는 과정에 전체 인류와 지구에 도움이 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분별해내는 과정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며 “ESG는 좋은 기업과 투자처의 필요조건 중 하나이며 새로운 테마라기보다는 이미 메리츠의 투자 철학에 녹아 있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IB본부의 올해 목표 중 하나는 하이일드 시장 선점이다. 한국에는 아직 하이일드 시장이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다. 솔루션 파이낸싱의 적극적인 연장선상에서 성장 과정에서 지원이 많이 필요한 하이일드 등급 기업들을 적극 발굴해낸다는 계획이다.

황 부사장은 “기업의 존망과 종업원들의 일자리가 걸린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건강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최후의 시장이 하이일드 시장”이라며 “저금리 시기에 공생했던 기업들의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 좋은 기업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 알렉산더 희문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탈 수 있었던 것이 투자시장 입문 이후 큰 전환점이었다”며 “대표님이 중시하는 상생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투자를 적극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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