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첫 ‘NFT’(Non-Fungible Tokens·대체불가능토큰) 적용 미술품을 약 6억원에 판매한 작가 마리킴(44)은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NFT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다소 상기된 목소리의 마리킴은 스스로도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NFT 작품을 경매에 판매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 비방전화도 많이 받았다”며 “경매시작가가 낮지 않았는데, 이렇게 작품가격이 오르는 걸 보고 나도 놀랐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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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킴이 NFT 작품을 제작하게 된 건 빠르게 변하는 미술 시장의 변화를 감지해서다. 마리킴은 “지금까지 국내 미술시장은 굉장히 폐쇄적인 편이었지만, 세계 미술시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전통적인 개념의 시장이 바뀌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크리스티 뉴욕에서 지난 11일 NFT 작품을 경매한 데 이어 세계에서 저명한 미술관으로 꼽히는 베이징현대미술관은 오는 26일부터 암호화폐 작품을 선보이는 ‘버추얼 니치’(Virtual niche)를 개최한다. 그는 “베이징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아예 크립토아트라는 암호화폐 작품을 장르화 했다”며 “우리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이 시장을 받아들일 수 있고, 다른 부류의 컬렉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마리킴은 이번 경매를 통해 느낀 NFT 작품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실물이 없는 가상작품도 소유권을 명확히 해 판매가 가능해진 것”을 꼽았다. 작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애니메이션 등 영상작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영상은 실물이 없기에 공공기관에서 돈을 내고 상영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판매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는 “미술작품뿐 아니라 영화·음악시장까지 NFT가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내 첫 NFT 시도인 만큼 마리킴은 10초짜리 영상인 이번 작품 ‘미싱 앤드 파운드’(Missing and Found·2021)에 상징성을 담고자 했다. 그는 “이번 작품은 중국 민중화가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을 오마주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웨이웨이는 중국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활동 때문에 정부의 탄압을 피해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면서 ‘미싱 앤드 파운드’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그는 “아이웨이웨이의 행위는 실종됐던 것들을 찾는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며 “내 시도도 실종된 예술시장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그의 행위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리킴은 앞으로도 NFT 작품을 계속 제작하면서도 전통적인 방식의 그림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래 영화를 봐도 여전히 벽에는 고전적 그림이 걸리듯, 새로운 세계가 열려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행동양식이 있다”며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