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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대란]기업도 감사인도 "시간 촉박, 연중 감사 도입해야"

이광수 기자I 2019.04.01 05:20:00

"외감법 여파로 감사보고서 제출 대체로 늦어져"
기업·감사인 "연중감사 도입으로 업무 쏠림 완화해야"

2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계감리 제재양정기준 운영방안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개정 외부감사법(외감법)이 도입되면서 안 그래도 바쁜 감사시즌이 더 바빠졌습니다. 감사인이 깐깐하게 감사를 하다 보니 새롭게 요청하는 자료도 늘었는데 짧은 기간에 다 준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상장사 관계자 A씨)

“예전엔 자료 10개만 보면 감사의견이 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20개, 30개를 봐야지 의견을 줄 수 있어요. 개정 외감법이 도입됐지만 기업 측이 제공하는 자료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회계법인 회계사 B씨)

감사인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된 개정 외부감사법(외감법)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기업과 감사인 양측 모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감사에 투입되는 기간은 예전과 비슷하지만 감사인은 보다 자세하게 감사해야 하고, 그만큼 기업들은 예전에 제공하지 않았던 자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감사인들의 자료 요청이 주어진 시간에 비해 과도하다고 하소연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예년보다 많은 자료를 요청하다 보니 이에 제대로 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이 며칠 안 남았는데도 새로운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외감법에 따르면 외부감사인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정기 주주총회 일주일 전에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통상 3월 20일이면 대부분 감사보고서가 나왔는데, 올해는 외감법으로 감사인이 요청하는 자료가 늘었는데, 회사측은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늦게 주면서 검토가 전체적으로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중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을 공시한 상장사는 작년과 비교해 2배가량 늘어난 61곳으로 나타났다.

감사인은 개정 외감법 이후로 책임이 대폭 커졌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행적으로 넘어갔던 부분까지 모두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정 외감법은 회계사가 분식회계에 연루되면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고, 부실감사가 드러날 경우 감사보수의 5배까지 과징금을 회계법인에 부과할 수 있다.

한 회계사는 “예전에는 열흘 정도 감사를 하면 의견을 줄 수 있는 감사증거를 획득할 수 있었는데, 개정 외감법 도입으로 감사인 입장에서도 점검해야 할 것이 늘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다만 회사 시스템상 자료를 뽑아낼 수 없거나, 과거 증빙자료를 준비하지 않아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회사 차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업무가 몰리는 현상에 대한 해법으로는 상장사와 감사인 모두 연중감사를 제시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말에 업무가 몰려 제대로 된 자료를 주고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연중감사를 도입해야 한다”며 “일부 기업들은 중간에 자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하는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감사인이 평소에 자료를 요청해왔으면 이번 시즌처럼 업무 몰려 상장사들이 당황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연중감사를 통해 회계감사대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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