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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납품 성공한 수술로봇 '레보아이', "다빈치 게섯거라"

강경훈 기자I 2018.10.08 02:19:42

다빈치 수술비 대비 42% 저렴
비용 탓 도입 주저한 중소병원·수술 주저한 환자
"저렴하게 로봇수술 이용할 수 있게 될 것"
다만 10년 전 나온 2·3세대 다빈치 수준 '한계'

레보아이의 오퍼레이션 카트. 로봇 팔 3개와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사진=미래컴퍼니 제공)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수술로봇 대명사 ‘다빈치’(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대항마를 꿈꾸며 국내 기업이 개발한 수술로봇이 허가 1년만에 처음으로 납품 성과를 거두면서 업계 관심이 쏠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컴퍼니(049950)는 자체 개발한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 1호 장비를 소화기질환 전문인 기쁨병원에 공급했다. 기쁨병원은 지난 8월 미래컴퍼니와 레보아이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9월 한달 동안 의료진 트레이닝과 장비 설치를 마쳤다. 레보아이는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개발사인 미래컴퍼니는 주력이던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에 이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수술로봇을 정하고 2007년 연구에 착수했다. 10여년의 기간과 400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여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마치고 올해 3월 레보아이를 공식 출시했다.

레보아이는 세브란스병원에서 로봇수술 중 난도가 높은 편인 전립선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전립선은 미세한 신경과 혈관이 몰려 있어 수술 중 다른 부위를 조금만 건드려도 발기부전이나 요실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전립선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기능은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임상시험을 진행한 나군호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환자의 회복경과와 만족도, 유효성, 안전성 등에서 다빈치와 대등한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레보아이는 다빈치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몸 속에 들어가는 오퍼레이션 파트 △로봇팔을 조종하는 콘솔박스 △카메라가 몸 속에서 촬영한 장면을 의사들이 볼 수 있는 비전파트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다빈치가 20여년 간 진화를 거듭한 반면 레보아이는 직경 8㎜짜리 단일규격의 수술기구만 있다. 이는 다빈치의 2·3세대 모델인 S(2006년 개발)와 Si(2009년 개발) 수준이다. 다빈치는 현재 4세대 수술로봇(Xi)까지 상용화했다.

미래컴퍼니는 다빈치와의 기술격차를 가격경쟁력으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수술비용을 다빈치 대비 42% 저렴하게 책정했다”며 “비용 때문에 다빈치 도입을 주저하던 병원이나 수술을 주저하던 환자들에게 로봇수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컴퍼니에 따르면 국내에서 다빈치 수술 비용은 개복수술의 3배, 복강경수술의 2배다. 이 관계자는 “대당 20억~30억원인 다빈치의 경우 1000만원 정도의 수술비를 고려하면 연간 140회 이상 수술을 진행해야 병원이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며 “이는 서울의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수치”라고 말했다. 다빈치 S·Si가 할 수 있는 수술을 다빈치보다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병원이나 환자 모두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래컴퍼니는 레보아이와 다빈치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플랫폼 전략을 택했다. 다빈치는 수술용 절단 및 봉합기(스테이플러), 3차원(3D) 입체영상 장비, 초음파 장비 등 관련 장비 모두 전용제품을 써야 한다. 하지만 미래컴퍼니는 스테이플러, 가상훈련, 환자 모니터링, 영상처리 등에서 여러 기업들과의 협업시스템을 갖췄다. 이 관계자는 “협업을 통해 레보아이의 기술력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중소형 전문병원과 지방병원을 시작으로 대학병원까지공급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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