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①AI로 움직이는 도시 '스마트시티' 곧 온다

방성훈 기자I 2018.01.29 04:54:59

'아마존 고' 일반인에 개방
대기·결제·서명 필요 없어…SF영화 속 미래가 현실로
4차산업 기술 도시 전체 적용…글로벌 IT기업 중심 건설 나서
스마트 시티 연 18% 성장…2022년엔 1조883억달러 전망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은 인류가 취급하고 있는 과업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MSNBC 방송에 출연해 “인류 역사에 있어 과거 불의 발견, 전기의 발견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불이나 전기가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것보다 더 큰 대변혁을 만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란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글로벌 AI 시장 규모가 2016년 80억달러에서 올해 195억달러, 오는 2022년에는 1132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50%가 넘는 성장세다.

◇‘아마존고’에서 미래를 엿보다

미래를 그린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AI 기술 개발 덕분이다. 최근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Amazon Go)’가 대표적 사례다. 아마존은 5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22일 일반인에게도 아마존고를 개방했다. 스마트폰 앱과 함께 QR코드를 다운로드 받은 뒤,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입구를 지날 때 교통카드처럼 QR코드를 찍으면 매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후엔 쇼핑백에 원하는 물건을 담은 뒤 매장을 나가면 된다.

결제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곳곳에 설치된 수백대의 카메라가 고객을 인식하고, 선반과 제품들 사이 사이에 감춰진 센서들이 어떤 물건을 가져갔는지 감지한다.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면 스마트폰 앱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담기고, 다시 올려놓으면 장바구니에서도 사라진다.

한국(GS25·이마트)은 물론 중국(빙고박스)과 일본(훼미리마트·세븐일레븐) 등지에서도 무인 편의점이 운영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사람이 없을 뿐, 어떤 형태로든 ‘셀프 결제’를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입장해 있다면 줄도 서야 한다. 일종의 대형 자판기인 셈이다. 반면 아마존고는 쇼핑객 100명까지 동시에 소화해낼 수 있다. 아마존이 묘사한 것처럼 줄을 설 필요도, 결제를 할 필요도, 서명할 필요도 없다.

아마존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본사 지하에 위치한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를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AI의 끝은 ‘스마트시티’…올해 CES서 최대 화두

아마존고에 적용된 기술이 도시 전체로 확대됐을 때를 상상해보자. 교통사고가 났을 때 거리에 설치된 카메라가 이를 감지한 뒤 구급차를 호출하고,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한다. 건물들은 외부 기온에 따라 실내 온도를 조절해주고, 수도 시스템을 모니터링해 누수나 막힘을 확인해준다. 전력도 효율적으로 관리된다. 자율주행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면 카메라가 알아서 안면인식 후 회사 문을 열어준다.

이처럼 AI 기술이 도시 내 사물인터넷(IoT) 및 빅데이터 등과 접목되면 경제, 의료, 환경 등까지 총체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편이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각종 사회적 비용을 줄여 세금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이른바 ‘스마트시티’다.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인 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올해 최대 화두는 스마트시티였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이 AI와 연계·통합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 끝엔 스마트시티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칼라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4035억달러에서 오는 2022년 1조883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추산됐다. 연평균 18% 성장세다. 인도 시장조사업체인 모도르 인텔리전스는 2014년 3870억달러 수준이었던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가 2020년 1조3870억달러로 성장해 연평균 20.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선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들이 스마트시티 전환을 적극 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엔 81만개에 달하는 자동원격검침(AMR) 시스템이 설치됐는데, 이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중앙센터에 보내져 누수 및 에너지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준다. IT기업들의 스마트시티 투자·조성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구글은 토론토에, 파나소닉은 덴버에 각각 스마트시티를 건설 중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덴마크 코펜하겐,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니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다른 국가들에서도 스마트시티 구축이 한창이다. 특히 인도는 총 99개 도시를 스마트시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320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며, 2208억달러 규모의 스마트시티 구현 프로젝트 2948개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중국도 에너지 부족, 인구 급증 등 도시화 문제 해소를 위해 2020년까지 1조위안을 들여 500개의 스마트시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정부도 이달 중으로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를 선정하고 적극 투자·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닷. (사진=아마존닷컴)
◇점점 똑똑해지는 AI 스피커…IT공룡들의 전쟁터

AI 기술은 항공·우주부터 자동차, 의료, 금융, 유통, 패션, 식품 등 거의 모든 산업과 접목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현재 가장 친숙한 분야는 음성인식 AI스피커다. 네비게이션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주는 것은 이미 익숙하며, 스마트폰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 때 애플의 ‘시리’나 갤럭시S의 ‘빅스비’를 활용하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심지어 이젠 양방향 소통까지 가능하다.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알렉사가 탑재된 아마존의 AI스피커 ‘에코’는 주인의 지시에 따라 쇼핑을 하는 것은 물론, 평소에 자주 구매하는 품목을 토대로 다른 제품을 추천해주까지 한다.

저렴한 가격대, 소비자와의 가까운 접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데이터 수집을 위한 플랫폼 선정 등의 이유로 AI스피커 시장은 아마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IT공룡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기도 하다. 시장 점유율이 높을 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AI스피커도 더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아마존이 에코를 앞세워 71%의 점유율을 기록,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구글의 ‘구글홈’은 26%의 점유율로 뒤를 쫓고 있으며, 애플도 ‘홈팟’을 출시해 추격에 나설 계획이다. 애플은 AI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만큼 위협적인 존재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까진 오작동 사례도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4일 2살배기 아들이 “배트맨”이라고 계속 외쳤더니 알렉사가 스스로 배트맨 장난감을 구입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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