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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지하주차장 무량판 공법…실제 건설현장 적용에 어려움

박지애 기자I 2023.08.29 05:00:00

[LH 지하주차장 무량판 공법 적용 어려운 이유]
철근 칭칭 감는 LH-FS 공법, 시공시 효율성 크게 떨어져
"현장적용 어려워 LH도 일부만 적용"…철근누락원인 지목
"안전효과 있어도 현장 가공 난항"…민간선 다른기술 적용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LH 무량판 공법을 굳이 민간 건설사가 사용할 이유가 있나요. 비효율적이고 경제성도 낮아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LH형 무량판 지하주차장 구조시스템(LH-FS·Flatplate system)’에 대한 건설업계의 평가다. 해당 LH-FS 기술은 LH가 연간 751억원의 사업비 절감 효과가 있다며 지난 2017년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자체적으로 발주한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에 대거 적용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LH의 설명에 건설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LH가 이번에 발표한 대규모 철근 누락 단지(15개)에 LH-FS를 일부만 적용한 이유도 ‘비효율성’과 ‘낮은 경제성’ 때문일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 지적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LH는 LH-FS 공법이 철근을 연속으로 감아 사용해 철근을 적게 사용해도 강도를 높이면서 철근이 감기는 부분만큼 콘크리트 사용량이 줄여 비용을 절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이 같은 방식은 현장에서 철근 적용의 어려움 커 철근 누락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기 역시 지연할 가능성이 커 민간 건설사는 물론 LH도 최근 들어 일부만 사용하고 있다고 건설업계에서는 설명한다. 대부분 건설사는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드롭패널(Drop Panel)’을 적용한 무량판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8일 “LH가 자체 개발한 공법이나 등록한 특허 기술은 효율이 떨어진다”며 “우리나라 특허나 자체 공법은 아무리 정부 산하 기관이라 해도 믿을 게 못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그 공법(LH-FS) 자체가 민간 건설사가 보기에는 도입할 만한 기술도 아니다”며 “무량판이라고 해도 민간에선 드롭패널 방식이나 그게 아니면 보 구조물을 비슷하게 적용해 하중을 분산하는 방식을 많이 채택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드롭패널 방식이든 LH-FS 방식이든 상관없이 ‘무량판 구조’의 지하주차장에 대해 철근 누락 여부 전수 조사를 진행 중으로 오는 10월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허 등록 여부를 떠나 건설 업계와 전문가들 모두 철근을 감아 강도를 높인 LH-FS 방식은 LH 판단과 달리 현장 적용에서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대형 건축사 사무소 관계자는 “요즘엔 철근을 공장에서 가공해서 가져오는데 LH-FS 공법처럼 철근을 칭칭 감는 건 현장에서 직접 다 가공해야 한다. 그걸 누가 하겠는가. 안전성에서 효과가 있을지언정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또 가공해왔다고 해도 칭칭 감은 철근을 현장에서 끼우려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며 “의도 자체는 좋으나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커 철근 자체가 누락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LH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보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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