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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시장도 양극화…강남권 똘똘한 한 채만 북적

오희나 기자I 2022.10.17 05:00:00

거래절벽 영향 경매 시장 '꽁꽁'…대출 영향 받는 매물 외면
'고가' 강남 아파트엔 금리·대출 영향없는 고액 자산가 몰려

[이데일리 오희나 신수정 기자] 부동산 거래절벽이 경매시장으로 이어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이 안 되는 고가의 똘똘한 한 채에는 투자자가 몰리지만 금리와 대출 영향을 받는 매물은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매 시장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경매 참여자가 적어진 상황에서 1회 이상 유찰돼 가격 메리트가 있는 매물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강남권 똘똘한 한 채나 개발 기대감이 있는 빌라에는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단지 모습.
16일 부동산 경매시장에 따르면 지난 4일 중앙지법 경매법정에서 앞서 유찰됐던 삼성동 아이파크삼성동 사우스윙동 2채가 매물로 나왔다. 아이파크삼성동 사우스윙동 157㎡는 감정가 51억7000만원의 93% 수준인 41억3600만원에 매각됐고 같은 단지 145㎡는 매각 기일이 변경됐다. 이날 60여건의 매각을 진행했는데 이 중 5건이 매각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모두 유찰됐다. 입찰에 참여한 사람은 단 열두 명뿐이었는데 이 중 6명이 강남 아파트에 몰렸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현대 전용 115㎡는 1명이 응찰에 참여해 감정가(26억원)의 100.4% 수준인 26억112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8월30일 서부법원에서 열린 서울 은평구 역촌동 36㎡ 다세대주택(빌라) 경매에는 응찰자 46명이 몰렸다. 유찰된 적 없는 신건인데다 참여자가 많았던 만큼 감정가 6940만원의 179%인 1억2420만원에 낙찰됐다. 앞서 서울 강북구 미아동 41㎡ 다세대 주택 경매에서도 응찰자 29명이 몰렸는데, 감정가 1억3700만원의 187.50%인 2억5691만원에 매각됐다. 최근 신통기획, 공공재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낙후 지역 재개발 후보지 물건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지지옥션)
그럼에도 거래절벽에 따른 주택 시장 한파 여파는 부동산 경매 시장에도 미치고 있다.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 경매시장에서 전국 아파트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은 35.2%로 전월(41.5%) 보다 6.3%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6월(34.6%)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도 전월(36.5%) 대비 14.1%포인트 하락한 22.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찰가율 역시 전달(93.7%) 보다 4.0%포인트 낮은 89.7%를 기록해 올해 7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지난해 월간 평균 69.54%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0건 경매를 진행하면 7건 낙찰된 셈이다. 하지만 올 들어 상반기 50%대로 떨어지더니 7월 26.6%, 8월 36.5% 등으로 뚝 떨어졌다. 물건별 평균 응찰자 수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서울 경매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 수는 4.9명으로 지난해의 6.8명에 비해 27.9% 줄었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평균 응찰자 수가 5명을 밑돈 것은 2012년(4.8명)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경매 시장에서도 옥석가리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출 영향 없는 고가 아파트나 호재가 있는 빌라에는 투자자가 몰리지만 실수요자가 주로 접근하는 6~9억원대 아파트는 대출이나 금리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낙찰가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 아파트는 수요가 꾸준한 만큼 다른 지역보다 90% 후반대 낙찰가율이 나오고 있다”며 “금액대가 높다 보니 1회만 유찰돼도 매매시장보다 싸게 살 수 있어 대출 영향 없는 고액 자산가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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