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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에도 시들한 한국 증시…예탁금 60조원 하회
전날 분기보고서 제출 기한(해당 분기 종료일로부터 45일 이내)이 마감된 가운데 상장사 1분기 실적은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니버스(분석대상) 200 종목의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8000억원으로 지난 3월말 전망치인 53조9000억원을 약 7% 상회했다”며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53.5%로 3개 분기 만에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록됐다”고 짚었다.
다만 지수는 이 같은 호실적 반영에 따른 상승은커녕 오히려 하락했다. 올해 1분기가 지난 3월 말 이후 코스피 지수는 4.98% 떨어졌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2년간 영향력이 높았던 개인은 증시 하락, 금리 상승이 겹치며 예전 같은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개인 공백을 메워야 할 외국인은 매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최근 금리 인상기에 접어 들며 60조원대를 밑돌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2거래일 연속 감소하며 전거래일 대비 8775억원 내린 59조89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75조원대를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대기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나아가 지난주 금요일만 해도 10조원대를 보이던 거래대금은 다시 9조원대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평균 15조4242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일평균 코스피 거래대금은 10조8956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증시 전반적으로 거래가 시들해진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외국인 컴백은 언제쯤…“달러 가치 하락 당분간 어려워”
호실적에도 지수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증시 반등을 위한 선결 과제로 외국인의 귀환이 꼽힌다. 자연스레 외환시장에 대한 전망으로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9.1원 내린 12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역외 위안화 강세와 연동되면서 1270원대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1280원대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킹달러’ 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국내 주식시장 자금 유출도 포착되고 있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과거보다 강해진 상황”이라며 “미국 상장 ETF 중 국내 주식이 포함된 종목은 339개로 지난주 미국 상장 ETF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에 약 287억원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강달러를 통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미국 외 국가에 떠넘기는 효과를 갖는 만큼 달러 강세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우려가 진정되지 못한 만큼 킹달러 추세 변화를 촉발할 모멘텀이 부재하다”면서 “달러화 가치가 가파른 상승에 따른 부담감에 주춤해질 수는 있지만 하락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힘들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의 국내 대형주 매도 행렬은 이어졌다.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005930)로 7464억원 어치를 팔아 치웠으며 이외에도 LG생활건강(051900)(2234억원)과 삼성전자우(005935)(1437억원), 카카오(035720)(1322억원), SK하이닉스(000660)(1293억원) 등 주로 대형주들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