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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5.1% 오른 9160원…文정부 1만원 공약 ‘무산’(종합)

최정훈 기자I 2021.07.13 01:49:54

최저임금위원회 내년도 최저임금 9160원 결정…5.1% 인상
노동계·경영계도 반발 후 퇴장…“현실 반영 못 해”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무산…평균 7.2% 인상률
최임위원장 “정권 초기 급격한 인상, 현실 뒷받침 못 해”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인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1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인 8720원보다 5.1%(440원) 오른 액수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모두 반발하며 퇴장하는 사태도 연이어 이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은 무산됐다. 평균 인상률도 7.2%로 박근혜 정부의 인상률인 7.4%에 미치지 못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160원으로 의결한 뒤 위원들과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9160원…5.1% 인상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오후 11시 55분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440원(5.1%) 오른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은 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 191만 444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단순 계산하면 5.045%지만 최임위는 공식 인상률이 5.1%라고 설명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기획재정부에서 지난 6월 발표한 경제전망치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전망치, KDI의 경제전망치의 평균인 4.0%와 소비자 물가상승률 1.8%를 더했고 취업자 증가율 0.7%를 빼서 인상률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양정렬 공익위원은 이어 “금액을 정한 뒤 인상률을 산정한 게 아니라, 인상률을 먼저 산정하고 금액을 계산했다”며 “인상률 5.1%를 액수로 표현해 9160원으로 정했다”고 전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공익위원들이 제출한 안건을 표결해 결정했다. 투표 결과는 찬성 13표와 기권 10표다.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 구간에 반발해 집단 퇴장한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 표결에 반영되지 않았다. 공익위원 제출안에 반발한 사용자위원 9명은 의결 정족수를 채운 뒤 집단퇴장했다. 한국노총 측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등 총 23명이 표결에 반영됐다.

노동계·경영계도 반발 후 퇴장…“현실 반영 못 해”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최종요구안은 각각 1만원(14.7%)과 8850원(1.4%)으로 차이가 1150원에 달했다. 이에 공익위원은 심의 촉진 구간으로 9030원(3.6%)와 9300원(6.7%)을 제시했다.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자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전원은 집단 퇴장을 결정했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퇴장 전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며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고문하고 우롱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분노스럽고 규탄한다”고 전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어 “최저임금심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끊임없이 코로나재난시기에서 불평등 해소와 저임금노동자들에게 사회적 안전망 확보를 위해 최저임금 대폭인상을 요구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촉진구간 어디에 노동자들의 요구가 반영됐는지 묻고 싶다. 한달에 최소 209만원의 임금이 정말 허황된 요구인지 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위원이 단일 제시안으로 9160원을 제시하자 이번엔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집단 퇴장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시급 9160원은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주체인 영세·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명백히 초월한 수준”이라며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영세 기업들은 공익위원들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우리 사용자위원들은 충격과 무력감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사용자위원 측은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재심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곧바로 이어진 표결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표결한 한국노총 측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매년 그렇지만 올해 최저임금 협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며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사용자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저임금노동자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12일 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 중 공익위원의 안에 반발하며 퇴장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무산…평균 7.2% 인상률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적용 연도를 기준으로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였지만, 지난해 2.9%로 꺾였고 올해는 역대 최저 수준인 1.5%로 떨어졌다. 그러다 내년도엔 5.1%로 결정돼 연평균 인상률은 7.2%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무산됐다. 또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이었던 7.4%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저임금이 정권 초기에 급격하게 인상된 것에 대해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도 아쉬움을 표했다.

박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만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의지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정치권에서 중요한 정책적 약속 중 하나였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정책 열망이 강했다”며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초기 2년 최저임금의 인상 의욕에 비해 현실이 뒷받침하지 못한 측면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최저임금과 관련해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나라 노동시장 임금 격차가 상당히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펜데믹 하에서 직격탄을 맞은 업종과 다른 업종과의 편차 확대를 극복하는 것은 최저임금 제도 하나만 가지고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저임금의 기능으로 중대한 사회적 과제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경제 대책들이 종합적으로 잘 결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2년 최저임금 9160원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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