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방직(001070) 소액 주주가 내놓은 주주 제안 중 ‘비상근 감사 선임의 건’이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가결됐다.
대한방직은 5년 넘게 소액주주 측과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회사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 전면 교체를 요구하며, 특정주주나 사익을 위한 잘못된 경영행위를 시정하고 공정한 분배가 시현되는 상장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정기 주총에서 기존 대한방직 이사진이 재선임되며,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으로 오른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회사 측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최대주주보다 소액주주의 지분이 더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방직의 최대주주는 설범 회장으로, 지분 19.88%를 가지고 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5.61%(135만7606주)고,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31.86%(168만8401주)다.
사측은 소액주주연대가 제기한 대한방직 차명계좌 논란이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앞서 설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또 이퓨쳐(134060) 소액 주주연대는 힘을 모아 지난해 12월 열렸던 임시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현재 가처분 신청이 기각 결정되면서 소액주주연대는 항고를 한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0일 정관변경과 이사선임 안건이 처리된 임시주총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퓨쳐는 지난 임시주총에 앞서 공시한 참고서류에서 주총 의결권 대리업무 수행자로 회사 임직원 2명을 지정했으나 실제로는 의결권 수거 전문업체를 고용했다는 것이 소액주주연대의 주장이다. 회사에 고용된 수거업체 직원들은 회사 사업본부 소속으로 된 명함을 주주들에게 주면서 위임장 권유를 했다.
진단키트 업체 씨젠의 경우 소액주주 연합회가 올초 천종윤 씨젠 대표 사퇴와 전문경영인 영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동학개미들이 단순 투자자로 머무는 것이 아닌 기업경영에도 적극 나서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국내 상장사 중에서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부실 경영을 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정병원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기존에도 소액 주주들의 비중이 결코 낮지는 않았다. 다만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인 투자 목적의 개인 투자자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며 “소액 주주 운동 자체가 장기적으로 회사 가치를 보고,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봤을 때 이같은 경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