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착한기업은 돈을 못번다는 편견 바뀌어야

전재욱 기자I 2019.06.10 05:10:00

2년새 출시한 6개 상품中 5개는 설정액 100억원 미만
"착한기업은 이윤추구와 거리 멀 것이라는 인식 탓"
투자는 오늘보다 내일…ESG 부실하면 기업 오래 못가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착한 기업은 돈을 못 벌 것이라는 인식은 편견입니다.”

ESG투자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잘하는 기업을 유망하게 보고 투자하는 전략이다. 소위 `착한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먼저 시작한 개념인데 국내에서는 아직 초보 단계다. 현재 시판 중인 ESG투자 상품은 5개 운용사가 내놓은 11개 상품(펀드평가사 케이지제로인 집계, 지난 7일 기준) 정도다. 개중에 과반인 6개 상품이 지난해와 올해 출시했다. ESG투자 전략이 국내에 들어온 게 최근이라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투자가 관심이 부족한 편이다. 지난해와 올해 출시된 펀드 6개 가운데 5개는 설정액이 100억원 미만이다. 출시한 지 두 달 지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글로벌착한기업ESG’는 이날 현재 설정액이 4억원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작명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 ‘글로벌착한기업ESG’(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착한투자ESG’·‘STARESG사회책임투자’(KB자산운용) 등 `착한 기업` 상품이 이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11개 ESG 펀드 가운데 출시 1개월이 안된 ‘KB글로벌착한투자’를 제외한 10개 상품의 1개월 수익률은 -1.6~-9.04%로 전부 마이너스다.

하지만 상대 수익률로 보면 다르다. 예컨대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글로벌착한기업ESG`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이 -2.51%라고 공시했다. 이를 두고 회사 관계자는 “비교 지수로 삼은 지수는 4.39% 하락한 가운데 낸 성적”이라고 말했다. 모두 잘하는 상황에서 못한 것이라면 잘못한 것이지만, 모두 못하는 상황에서 덜 못한 것이라면 따로 평가할 만하다.

사실 환경과 사회,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의 재무적인 요인과 직접 연관이 없다. 그러나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며, 기업 지배구조가 엉망인 기업이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이런 의미에서 ESG투자는 오늘보다 내일을 보는 편이다. 호흡이 급한 투자 습관에서는 답답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가 지속 가능 하려면, 투자 대상도 오래가야 하는 게 이치다.

금융투자업계가 ESG상품 흥행을 바라는 이유는 한 가지다. `착하게 기업 하면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일부 인식을 불식하고, `나쁘게 기업 하면 오래 못간다`는 확신이 뿌리내렸으면 해서다. 이로써 투자 문화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것이다. 다만, 운용업계도 자문해볼 일이다. `착한 기업` 마케팅을 앞세워 도덕성에 너무 기대려는 것은 아닌지, 이로써 나머지를 `나쁜 기업` 취급할 여지를 열어둔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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