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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바타·김슈렉…'스케치북' 크리스마스 악몽

양승준 기자I 2014.12.25 07:00:05

5년 간 크리스마스 특집 '결정적 순간'
"'스케치북이 무서워" 반전에 폭소
분장쇼 비공개 사진 및 뒷얘기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크리스마스 특집이 남긴 ‘영광의 분장들’.
크리스마스? 고품격 음악프로그램이 ‘SNL코리아’ 되는 날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우아한 크리스마스? 편견이다. 때론 진창이 따로 없다. 그룹 씨스타 네 멤버들은 얼굴에 검은색 칠을 하고 머리는 산발을 한 채 무대에 올랐다. 남자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는 파리가 됐다. 엄살은 금물. “너흰 그래도 남자잖아.” 가수 거미는 거미 분장을 하고 플라이투더스카이와 발라드를 불렀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이 크리스마스만 되면 벌이는 ‘난장판’이다. “PD가 약(?)을 한 거 아니냐?” 최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란 주제로 한 방송을 본 네티즌의 반응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2010년부터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벌어진 ‘스케치북’의 만행. ‘발라드왕자’ 성시경은 영화 ‘아바타’ 속 나비족이 됐다. 재난이 따로 없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스케치북’이 지난 5년간 시청자에 준 ‘악몽’을 되돌아봤다. 방송용이 아닌 제작진이 녹화를 꾸리며 숨겨둔 사진들을 공개한다. ‘스케치북’의 크리스마스 공포를 이끌어 온 ‘마녀 작가’ 이연의 뒷얘기는 덤이다.



영화 ‘아바타’속 나비족이 된 성시경.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성바타’ 분장의 끝

때-2011년12월24일.

악몽 포인트-파란색 ‘떡칠’ 얼굴 분장. 말끔하게 차려입은 검은색 양복에 엉덩이 부분에 붙은 꼬리. 가발 끝을 전화기에 갖다 대 나비족이 머리카락으로 다른 생물과 교감하는 걸 패러디한 개그.

이연 작가: ‘스케치북’ 크리스마스 특집 통틀어 분장 비용이 가장 많이 들지 않았나 싶다. 한 시간 안에 분장을 안 지우면 몸에 파란 물이 든다고해서 가장 마음 졸였던 분장이기도 하다. 렌즈 색깔까지 노란색으로 맞춰 신경 썼다. 솔직히 제작진도 놀랐다. 성시경 분장하고 나오는 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성시경이 “누나, 나 이래도 돼?”라며 당황한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스케치북’ 특집으로 봐서는 고맙기도 하고 넘어야 할산이기도 하다. 이후 크리스마스 특집 섭외를 할 때 연예인 쪽에 ‘성시경 아바타’ 한 걸 설명하면 바로 알아듣지만, 부담스러워하기도 해서.

슈렉 분장의 끝, 가수 김조한.
“상상 그 이상” 슈렉된 김조한

때-2012년 12월22일.

악몽 포인트-손까지 물든 초록색 분장. 불룩한 ‘슈렉’ 배까지 따라 한 개그 정성. 당신과 함께 내 삶을 보내고 싶다(‘스펜드 마이 라이프 위드 유’)는 사랑 고백 노래를 부르며 춘 관광버스에서나 볼법한 뱃살 튕기기 춤. 피요나 공주 분장을 한 씨스타 멤버 효린은 부록.

이연 작가: 지금 생각해보니 김조한 씨가 녹화 끝나고 분장을 안 지우고 집에 간 거 같다. 딸 보여준다며 그냥 갔을 거다. 딸이 보고 울었다더라. 딸 보여주려고 여러 포즈로 찍은 사진을 제작진에 보내줘 한참을 웃었다. 김조한 씨는 정말 슈렉 분장을 즐겼다. 아이디어도 본인이 직접 낸 거다. 몇 년 전부터 술자리에서 김조한 씨한테 “우리 한 번(크리스마스 특집)해야지”라고 했는데 그 때 “알았어, 알았어”라고 했고, 그 얘길녹음해 놨다 6개월 뒤 섭외할 때 들이밀었다. 그랬더니 ‘슈렉’을 하겠다더라. 바로 “귀도 달거죠?”라고 몰아 부쳤다. “오케이”란 답이 돌아왔고.

녹화 도중 짬을 내 잠옷을 입은 채로 사진을 찍은 유희열과 박정현.
“19금 여왕” 박정현 ‘은밀한 유혹’

때-2012년 12월22일.

악몽 포인트-농익은 콩트 연기. “컴온, 허니~” 콧소리 애교 작렬. 알고 보니 연기파. ‘19금 베드신(?)’찍을 때 터져 나온 본능의 영어. “스탑 더 비트.” 정체불명의 유희열 ‘콩글리쉬’는 양념.

이연 작가:박정현 씨와 유희열 씨가 침대 속에서 ‘19금’ 얘기를 하는 콩트인데 박정현 씨가 연기를 참 잘해줬다. 이 콘셉트도 짜서 왔다. 잠옷도다 준비해오고. 생각이 많은 친구라 연구를 많이 해왔더라.

오토바이를 타고 캐럴 배달에 나선 유희열.
“유희열을 부탁해” ‘빈티’나는 캐럴 배달부

때-2013년12월20일.

악몽 포인트-‘폭주족’ 콘셉트. 겨울비가 내려 걸친 분홍색 우비가 더 하는 빈티. 첫 야외 촬영에 우왕좌왕하는 진행. “노래 어떻게 하냐고? 몰라.(윤)종신이형이 와 봐야.”

이연 작가: 처음으로 분장쇼를 버리고 캐럴 배달이란 콘셉트로 특집을 꾸렸다. 유희열 씨 등이 사연 신청받아 찾아가는 기획이었다. 유희열 씨말로는 고등학교 때 오토바이를 탔다더라.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오토바이는 진짜 몰 줄 알더라. 마지막에 유희열 씨 소속사 사무실 가서 윤종신, 이적 씨 등 다 같이 모여 잼(즉석공연)하고 그랬다. 우린 즐거웠는데 시청자 반응 썩 좋진 않았지만(웃음).그래도 의미는 깊었다. 방송 끝나고 캐럴 배달 신청한 분 중 한 커플이 부부가 됐다. 오승민 씨라고 지난달 22일 결혼했다며 제작진에 선물 보내왔더라. 직접 편지 쓰고 과자 담아서. 참 고맙더라.

시스루 상의로 패션 테러리스트된 가수 정재형.
“순정마초의 원조” ‘저질댄서’ 정재형

때-2011년12월23일.

악몽 포인트-솔로들의 슬픔을 공감한다며 한 얼토당토않은 고뇌 연기. 시스루 패션 민폐. 크리스마스의 살신성인. “노래보다 표정”. 개그를 위해 가수 인생 17년 만에 처음으로 립싱크까지.

이연 작가: 분장부터 해서 사진이나 동영상 밖으로 유출하면 알아서들 하라고 정재형 씨가 경고했다(웃음). 한동안 자기만 이상한 거 했다고 투덜댔다. 겉으론 그래도 열심히 해줬다. 같은 분장실 쓰던 루시드폴이 그러더라. 정재형 씨가 자신 가발이 안 웃기다고 다른 가발 가져다 달라고 했다고.

‘은하철도 999’ 철이와 메텔이 된 십센치.
‘크리스마스 악봉’ 웃음폭탄 ‘벤치 선수들’

- ‘은하철도 999’ 철이와 메텔로 분장한 십센치. 권정렬은 철이로 분장하고 키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노래를 불렀다. “‘스케치북’을 위해 몸을 바쳤다.”

- 올해 크리스마스 특집에 나온 거미는 4년 만에 이뤄진 섭외였다. 제작진이 3년 동안 거미 분장을 제안했는데 발라드를 부르고 여자 가수라는 점을 들어 때마다 고사했다는 후문. 제작진과 친해 거절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장문의 사과 문자까지 보냈다. 그러던 거미가 결국 4년 만에 ‘거미’가 됐다.

유희열 소속사 사무실에서 즉흥연주를 하고 있는 가수들. 왼쪽부터 윤상, 이적, 윤종신 그리고 장미여관 육중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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