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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과 31일로 나눠 4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이 캠프를 통해 한화 선수들의 현 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다음 훈련 메뉴를 구상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한화 선수단 명단에서 낯선 이름 하나가 발견됐다. 아니, 낯설다고 하기 보다는 있어선 안될 선수가 포함돼 있다. 외야수 김경언이 주인공이다.
김경언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사실상 지금부터 계약 때 까지는 자유의 몸이다.
FA 선수가 계약도 하기 전에 팀 훈련에 합류하는 건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야구 인생에 찾아 온 몇 번 안되는 기회, 야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협상을 잘 하는 것이 먼저다.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는 있어도, 원 소속팀 훈련에 참가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선수는 없다. 계약상으로도 당분간 어느 팀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의 몸이다.
김경언은 달랐다. 28일 김성근 감독 취임식이 끝난 뒤 개인적으로 김 감독을 찾아가 캠프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 감독은 “넌 FA 아니냐.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한사코 “계약은 다음 문제 입니다. 감독님 밑에서 야구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훈련하게 해주십시오”라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김 감독도 김경언의 캠프 합류를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
김경언은 올 시즌 타율 3할1푼3리 52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타격에 있어서만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수비에선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를 잡지 못하며 엉뚱한 결과를 만드는 장면이 속출했다.
사실 FA 자격을 얻게 되면 단점 보다는 장점을 먼저 어필하기 마련이다. 올 시즌의 타격 성적이라면 일단 협상 테이블에서 나름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김경언은 계약 보다 훈련을 택했다. 김성근 감독의 유명한 ‘지옥 훈련’을 통해 자신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유가 무엇이건, FA 김경언의 가을 캠프 참가는 신선한 충격이다. 달라질 한화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계를 미리 설정하지 말라”는 김성근 감독의 메시지가 정말 기적을 만들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기 : 김성근 감독이 훈련하겠다는 김경언을 격려한 뒤 돌려보내며 한 마지막 말은 “근데 너 머리랑 수염은 깎고 와라”였다. 김경언은 곧바로 “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