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국 노인 빈곤률 최고 수준… 주택연금 활성화 통해 풀어야"

김형욱 기자I 2023.06.21 05:00:00

[PERI 심포지엄 2023]
'빈곤·불평등 석학' 티모니 스미딩 美위스콘신대 교수 제언
"아동 복지, 취약 지점인 한부모 가정에 집중하면 효과 클 것"
저소득 노인 선별 기초연금·복지제도 성과평가 강화 제언도

[이데일리 김형욱 황병서 기자] “한국의 전체 빈곤률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노인 빈곤율은 4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70대 노인의 집 소유 비율도 70.4%로 매우 높은 편이다. 정부가 집을 가진 고령층에 대한 주택 자산을 활용한 연금 소득을 지원한다면 더 적은 비용을 들여 노인 빈곤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소득·분배 자료를 비교 분석하는 룩셈부르크 소득조사(LIS)의 창시자로 유명한 티모시 스미딩 미국 위스콘신대 석좌교수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정책평가연구원(PERI) 주최로 열린 ‘정책평가, 새 지평을 열다’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티모시 스미딩 위스콘신대학교 교수,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 하석철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 양재진 연세대 교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페리(PERI) 심포지움 2023‘에 참석하고 있다.


◇“韓 노인 빈곤률 높지만 주택 자산 보유 많아”


미국 빈곤문제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빈곤·불평등과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자문 활동을 해왔던 티모시 교수는 국가 간 데이터 비교를 통해 빈곤·불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한국 노인의 상당수가 주택이라는 고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주택 매매 또는 담보 대출 등과 연계해 연금을 받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도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2007년부터 주택연금 제도를 운용, 작년까지 10만여 가구에 130조원 규모의 주택연금 보증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 빈곤률이 개선되지 않는 등 주택연금제도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는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아직 (한국의) 많은 노인들이 주택연금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지만, 정부가 보증하는 안전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경쟁력 있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양재진 연세대 교수(사회보장학회장)는 기초연금의 차등 지급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노인 빈곤률 문제는 국민·퇴직·기초연금 등과 같은 연금 제도가 성숙하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라며 “지금의 40~50대가 노인이 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현재의 기초연금은 많은 노인에게 소액(월 30만원)을 주는 비효율적인 방식이어서 다른 연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저소득 노인을 선별해 기초연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티모시 스미딩 위스콘신대학교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페리(PERI) 심포지움 2023‘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한부모가정 중심 아동빈곤 문제 완화 노력해야”


티모시 교수는 전체 통계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한국의 아동빈곤 문제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다 세심한 정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의 아동 빈곤률은 OECD 평균보다 낮지만, 편부모 가정만 봤을 땐 아동 빈곤률은 21%로 양부모 가정의 빈곤률(5%)보다 네 베 이상 높다”며 “이들에게는 EITC(미국의 근로장려세제), 아동수당 같은 복지 제도를 적용해 사회적 계층 이동과 공평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교수도 동의했다. 그는 “윤석열정부가 올 들어 0세 아이 부모에게 월 100만원, 만 1세 땐 50만원을 주는 부모급여를 도입했다”며 “이 같은 지원이 더욱 확대돼 서유럽처럼 16세까지 이어진다면 아동빈곤 문제를 완화하고 저소득층의 결혼·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회보장 정책의 경우 성과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은 만큼 선·후행적 평가 분석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한국사회복지학회장)는 서울시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사례로 들며 “지원 대상과 비대상 가구간 비교 분석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소득의 증감뿐 아니라 일과 고용, 삶의 태도 등 다차원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가 한국 소득보장정책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정부도 과학적 근거를 가진 복지정책을 추진하겠다”며 화답했다. 박 차관은 “정부 복지정책의 출발점은 한정된 국민의 세금 재원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며 “정부는 현재 운영 중인 수많은 복지 프로그램을 중복을 피해 단순화하면서 취약 계층에 집중하는 큰 흐름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