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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배당 바꾸고 공모펀드 활성화…“공매도 금지 필요”

최훈길 기자I 2023.01.31 05:15:00

금융위 업무보고, 자본시장 주요 정책
2월, 선진국처럼 배당절차 개선방안
이르면 상반기, 공모펀드 종합 대책
4분기,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 강화
증시 고려해 공매도 재개 ‘시기상조’

[이데일리 최훈길 이은정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배당 제도가 개선된다. 침체의 늪에 빠진 공모펀드 시장을 살리는 방안,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자기주식(자사주)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일단 현행대로 유지하고, 장기보유 주식에 대한 세제 혜택은 당장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3년도 금융위 업무보고’에 이같은 내용의 ‘2023년 자본시장 주요 정책’을 보고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지난 27일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자본시장 이슈는 중요하고 정치적 성격은 별로 없어서 빨리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며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예고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우선 내달 발표되는 자본시장 주요 정책은 배당절차 개선 방안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상장사들의 경우 매년 12월 말 배당받을 주주가 정해지고, 이듬해 3월이 돼서야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액 규모가 결정되는 구조다. 투자자들은 얼마를 배당받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묻지마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깜깜이 배당’이라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금융위는 이같은 현행 제도를 ‘선(先) 배당금 결정, 후(後) 주주 확정’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배당금을 먼저 정하고 배당 주주를 확정하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펴왔던 배당주를 중심으로 수혜를 볼 전망이다. 배당 위주의 장기투자 활성화, 신규 투자자금 유입 가능성도 기대된다.

이르면 상반기에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종합 방안’이 발표된다. 금융위는 공모펀드 상장(장외 펀드의 장내화)을 검토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는 폐쇄형 공모펀드가 상장돼 있지만, 이번 안은 일반 공모펀드를 상장지수펀드(ETF)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상장시키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부터 관련 규정과 시스템 도입 가능 여부를 점검했고, 수용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자본시장연구원이나 한국금융연구원과의 세미나, 금융투자협회 등을 통한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금투협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유동성 공급자 역할 및 실효성 있는 수익증권상장제도가 필요할 것”이라며 “현실화되면 운용사는 경쟁력 있는 상품에 대한 직접 판매 채널을 확보할 수 있고, 중소형사들은 ETF 등 새 먹을거리 확보를 위한 인력 확충 등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 산업이 고수익을 창출하고 우리 미래 세대에도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 육성 정책까지 아울러서 논의해달라”고 말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4분기(10~12월)에는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 강화 등 제도개선’ 방안이 발표된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등이 포함될지가 최대 관건이다. 자사주를 이용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행태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해소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효과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인 현행 자사주 제도가 대폭 바뀌는 것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어, 최종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시가 완전히 회복된 상황이 아니다”며 “공매도를 당장 재개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장기보유 주식 세제 혜택’ 방안은 연내에 추진되기 힘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1년 이상 주식 보유 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검토되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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