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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장은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국민 인권 보호 차원에서 공공언어에 대한 쉬운 말 쓰기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근 들어 어려운 외국어 단어, 표현들이 무분별하게 쓰이면서 정보 소외 계층이 급증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글문화연대가 국민 1만10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외래어·외국어에 대한 국민 이해도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대상이었던 외국어 단어 3500개 중 전체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한 단어가 고작 1127개(32.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공문서 등에 쓰는 공공언어조차 어려운 외국어 표현이 수두룩해 문제로 지적된다. 규제 샌드박스, 스튜어드십 코드, 패스트트랙, 문화 뉴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공공언어 영역에서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은 국민 소통을 가로막고, 우리말 사용 문화 확산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공공언어 영역마저도 외국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돼 정보 소외 계층이 계속 늘어나고, 우리 사회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보이스 피싱’이란 단어만 해도 우리 말인 ‘사기 전화’로 국민들에게 전달됐다면 노년층도 범죄에 대해 쉽게 인지했을 테고, 피해 사례도 크게 줄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현대 사회에 복지 평등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보 평등’도 중요하다”면서 “강력한 국어 정책이 시행된다면 국민들이 많은 정보를 잘 이해하고 유익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가 모든 외국어를 불어로 바꿔 병행 표기하는 등의 원칙을 제시했던 것처럼 보다 강력한 국어 정책을 펼쳐 우리 말 사용 문화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가 맡고 있는 국어문화원연합회는 국어기본법에 따라 설립한 전국 21개 국어문화원이 모여 구성한 사단법인이다. 공공기관의 잘못된 언어 사용을 바로잡는 공공언어개선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언론사들과 함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아직 속도는 느리지만,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냥 방치했더라면 우리 말은 더 심각하게 외국어 범벅이 돼 국적 불명의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리말 사용 문화가 사회적으로 더 확산하기 위해선 신문·방송 등 언어를 퍼뜨리는 대중 매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유입된 외국어가 입에 붙어 정착되기 전에 신문, 방송 등이 주도적으로 쉬운 우리 말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우리 사회에 이 외국어들이 이미 정착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이며. 정보 소외 계층을 염두에 두지 않는 ‘우리’란 일종의 배타적 차별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어 사용의 목적이 ‘소통’이란 걸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언어 생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신문, 방송에서 외국어가 섞인 어려운 문장을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어려운 외국어가 유입되고, 사회에 새로운 개념이 생겨날 때마다 신문, 방송이 보다 적극적으로 순화된 우리말 대체어를 제시해 우리 말 사용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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