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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각]①'굿가이' 끌고 '배드가이' 밀고…윈윈 협상전략

윤정훈 기자I 2021.04.21 05:00:00

지상강의 : ‘승자의 협상법’ 5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라’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굿가이 배드가이’ 전략
이메일보다 전화통화에 거짓말이 많은 이유
불리한 조건을 제시할 때는 극도로 신중해야

◇오늘의 강연 및 지성인

☆승자의 협상법

협상력은 비즈니스의 성공과 직결된다. 우리는 매일같이 협상을 하고 상대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협상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없다. 그동안 본능과 경험에 의존해온 협상을 체계적인 원칙과 실전 사례로 접근해 나도 상대방도 승자가 될 수 있는 승자의 협상법을 전략적 협상가의 견지에서 분석한다.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

한국과 홍콩의 글로벌 기업과 로펌에서 풍부한 협상경험을 쌓고 하버드로스쿨 협상 프로그램을 이수한 협상전문가다. 현재 법무법인 율본 기업전담팀을 이끌고 있으며, 비즈니스 협상전략그룹의 수석전문가로 기업과 정부에 협상 컨설팅 및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는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이 있다.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승자의 협상법’ 5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라’ 편을 강연하고 있다.(사진= 김태형 기자)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윤정훈 기자] 협상전문가인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는 “협상은 나와 상대방이 서로 만족하는 협의점을 찾기 위한 의사소통의 과정”이라며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사용하는지는 협상을 승리로 이끄는데 중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협상할 때 상대방의 나이, 성별, 성향, 문화권을 고려해 어떤 수단으로 커뮤니케이션 할지를 고민하고 임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류 변호사는 ‘위대한 생각 : 승자의 협상법’ 다섯 번째 주제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라’ 강연을 시작했다.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굿가이 배드가이’ 전략

협상할 때 누가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메신저의 신뢰가 메시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협상 참여자를 정할 때는 호감도와 신뢰도, 의사결정권한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팀 단위로 협상에 임할 때는 실무자가 나가야 할지, 의사결정권자가 나가야 할지 상황별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류 변호사는 “의사결정권자가 처음부터 협상에 나서면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 난처한 상황이 됐을 때 모면하기가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보통 실무자는 협상할때 어려운 상황에 의사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팀장 또는 대표와 상의를 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하면서 벗어날 수 있다”며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의사결정권자가 개입해 모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보통 협상테이블에 나갈 때는 ‘굿가이(Good Guy) 배드가이(Bad Guy)’ 전략을 펼친다. 굿가이는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배드가이는 회의적이고 보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사진=강사 제공)
류 변호사는 “2명 이상의 팀이 협상할 때는 두 사람이 동일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긍정적인 사람이 일을 빠르게 진행하고, 모든 것을 ‘예스’할 수 없기 때문에 배드가이가 세부조건을 조율하는 식으로 팀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혼자 협상에 나갔을 때는 가상의 팀장을 설정하는 방법도 있다. 류 변호사는 “스스로 협상에 나설 때는 가상의 팀장님을 만들어서 활용하라”며 “어려운 부탁을 해오면 팀장님이 깐깐해서 이대로는 힘들 것 같다는 식으로 협상을 이끌 수 있다”고 했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도 매우 중요하다. 류 변호사는 “한국 사람은 시간적 감수성이 부족해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똑같은 요청이라도 페이스북 메시지로 주말 오후 11시에 연락을 하는 것과 평일 낮에 전달하는 것은 다른 결과를 불러온다”고 했다.

시간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입장이다. 상대방의 휴식을 방해하거나 바쁜 타이밍에 연락을 하면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는 결국 좋지 않은 협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류 변호사는 “협상이라는 게임의 큰 특징은 상대방이 전제하고, 상대방의 입에서 ‘예스’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똑같은 메시지라도 어떤 타이밍에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밍과 관련된 것은 세일즈에도 활용된다. 크리스마스 한정 상품, 마감을 앞둔 홈쇼핑 상품, 특정 시간에만 할인하는 라이브커머스 등이 그 사례다.

장소도 중요하다. 대개 협상의 장소는 크게 △내가 편한 장소 △상대방이 편한 장소 △제 3의 장소로 나눠진다.

류 변호사는 “내 홈그라운드에서 협상을 한다면 시간도 절약되고 익숙한 공간이라 편한 마음에 협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내가 원하면 담당 직원이나 법무팀 등을 불러서 빠르게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의 홈그라운드를 택하면 상대방이 고마움을 느끼고 호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협상 관점에서 상대방 회사의 내부 분위기와 지역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사진=강사 제공)
이메일보다 전화통화에 거짓말을 많이 하는 이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선택하는 것도 협상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얼마나 상대방에게 내 메시지가 신뢰감을 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류 변호사는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직접 대면, 전화통화,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팩스 등 수단에 따라 언어의 무게와 온도가 완전 다르다”며 “사전에 가장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강사 제공)
미국 코넬대 제퍼리 핸콕 교수의 연구팀은 2004년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거짓말에 미치는 영향에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학생들은 10분 이상 대화를 했을 경우 △전화통화(37%) △직접 대화(27%) △메시지(21%) △e메일(14%) 순으로 거짓말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 변호사는 “전화나 직접 대화의 경우는 이 말이 증거자료로 포착되지 않고 휘발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이에 과장·은폐하거나 적극적인 거짓말을 할 케이스도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메일이나 문자는 직접적인 기록이 남기 때문에 거짓말을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협상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중요한 프로젝트일수록 전화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보다 이메일 등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류 변호사는 “전화나 직접 대화로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이메일을 통해 중간 과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회신받을 필요가 있다”며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이메일로 동의만 받더라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세대별로도 조금 차이가 있다. 실제 ‘밀레니얼이 회사를 바꾸는 38가지 방법’이라는 책에서도 1960~1970년대생은 직접 만나서 회의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고, 1990~2000년대생일수록 문자나 메신저를 편안해 한다고 저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류 변호사는 “90년대생은 미팅을 하거나 전화로 만나자고 했을 때 두려워하는데, 이런 성향을 ‘콜포비아’라고 한다”며 “커뮤니케이션 수단별로 선호하는 수단이 다르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사진=강사 제공)
100만원 버는 기쁨보다 10만원 잃는 아픔이 더 큰 이유

류 변호사는 “강연에서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월급 100만원을 깎는 게임이 있을 때 뒷면이 나올 때는 어느 정도 금액을 준다고 하면 게임을 하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며 “대개 500만원이 넘어가면 절반 이상이 참여한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충격적인 점은 5배의 금액을 더 준다고 해도 참여자의 10~20%는 베팅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회피성향’ 때문이다. 사람들은 얻는 것에 대한 만족감보다 기존에 보유한 것을 잃는다는 박탈감에 2배 이상 민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손실회피성향은 협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개념이다. 협상할 때 상대에게 기존 조건보다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면 손실회피성향이 발동돼 좋지 않은 결과가 올 수 있다.

류 변호사는 “비즈니스 관련 협상에서 재계약 등을 논의할 때 기존 조건보다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면 상대방은 크게 잃는다는 기분을 느낀다”며 “상대방의 마지노선보다 낮아지는 선택에 대해서는 극도로 신중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승자의 협상법’ 5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라’ 편을 강연하고 있다.(사진= 김태형 기자)
‘위대한 생각’은…

이데일리와 이데일리의 지식인 서포터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인문학 토크 콘서트입니다. 우리 시대 ‘지성인’(至成人·men of success)들이 남과 다른 위대한 생각을 발굴하고 제안해 성공에 이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이데일리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했습니다. ‘위대한 생각’은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이데일리TV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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